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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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고 비비고 엮으면 생활용품·신발 뚝딱… 짚풀은 ‘도깨비방망이’ [밀착취재]

조상 지혜 엿볼 수 있는 서울 종로 짚풀생활사박물관

짚풀은 우리가 농경사회로 정착했을 때부터 지금껏 가장 오래되고 친밀한 자연유산이라 할 만하다. 고령화사회를 지나 초고령화사회가 돼 가는 요즘 노인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다행스럽게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짚풀공예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작업 치료학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까지 비생산적 보호 대상으로만 여겨진 노인들이 고령화 장수사회에서 짚풀공예를 통해 당당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됐고 농촌 마을이 도시 노인의 은퇴 후 생활 근거지로 각광받게 됐다.

장인이 갈대순을 이용하여 빗자루 만드는 시연을 보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에 자리 잡은 짚풀생활사박물관은 급속하게 사라지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짚풀과 관련한 온갖 자료를 갖고 있다. 1대 관장인 인병선 관장이 전국을 다니며 짚풀과 관련한 자료를 조사, 채록, 수집해 1993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박물관을 설립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인 관장은 남편과 사별한 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짚풀문화를 연구하고 전파하는데 생을 바쳤으며 지금은 아들인 신좌섭 관장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짚을 이용해서 만든 물고기.
물고기를 잡아넣을 수 있는 낚시 바구니와 물고기.

박물관은 기와집인 한옥관과 현대식 본관으로 구성돼있다. 전통 주거 공간인 한옥관에는 옛날 우리 조상들이 짚풀로 만들어 사용했던 생활용품이 전시돼있다. 본관에서는 각종 생활소품 외에도 농사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와 한반도 짚풀문화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짚을 가지고 밧줄, 가방, 닭장, 개집 등을 만들어 사용했으며 심지어 초가집 지붕도 만들어 사용했다. 한마디로 짚풀은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으로 우리 조상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재료였다. 짚풀로 만든 물건을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짚풀을 이용해서 만든 각종 생활용품.

전시실 중앙에는 하얀 짚신, 빨간 짚신, 까만 짚신 등 각양각색의 짚신이 전시돼 있다. 하얀 짚신은 ‘엄짚신’이라고도 하는데 짚에 한지를 섞어 만든 것으로 상을 당한 상주가 신는 신발이다. 빨갛고 노란 빛깔의 ‘고운신’은 새색시가 신는 신이다. 또한 머리카락을 섞어서 만든 까만 짚신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관에 넣는 짚신으로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곡식이나 농작물을 보관하거나 옮길 때 쓰였던 가마니.

박물관에서는 전시관람뿐 아니라 짚풀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장난감, 장식품을 비롯해 교과서에 나오는 물건까지 만들어 볼 수 있다. 생활용품 외에도 짚으로 만든 대형 황소나 용 같은 작품들과 함께 전시돼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글·사진=서상배 선임기자 lucky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