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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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연구소 “국민의힘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제명하라”

김재원 “4·3 추념일 격 낮다”, 태영호 “4·3사건 김일성 일가 지시” 발언
4·3단체 “국민의힘 4·3 진상규명·명예회복에 최선 다하겠다 하지 않았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3 추념일은 3·1절·광복절보다 격이 낮다’고 말하고,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라고 말한 것을 두고 제주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제주4·3연구소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힘은 4·3 희생자를 모독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을 즉각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왼쪽)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소는 “태 최고위원의 거듭된 망언에 이은 이번 김 최고위원의 망언은 유족과 도민의 상처를 헤집고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킨다”며 “두 최고위원의 발언이야말로 정치인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4·3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공약을 지키려면 4·3에 대한 소속 의원의 발언을 단속하고 강력히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최고위원의 논리대로면 프로야구 시구와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은 4·3 추념식보다 격이 높아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인가. 프로야구 시구가 4·3 희생자와 유족, 도민의 한을 풀어주는 것보다 격이 높은 일인가”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도당은 “집권여당 최고위원들의 격 낮은 인식에 아연실색할 뿐”이라며 “최근 유독 4·3을 왜곡·폄훼하고 모독하는 형태가 연이어 발생해 유족과 도민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4·3을 외면하고 왜곡·폄훼하는 정부·여당의 행태가 이런 일련의 사태를 낳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앞서 전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4·3희생자 추념식 불참과 관련해 발언하며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 (기념식) 정도는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비롯해 자신의 발언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자 김 최고위원은 당분간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 4·3사건 75주년을 맞아 ‘4·3사건이 김일성 일가의 지시’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어떤 점을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 2월13일 제주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며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자유 통일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이에 제주 4·3 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등 관련단체들과 야당은 북한 김일성 지령설이 사장된 지 오래된 허위 주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