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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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격 떨어트리는 野 의원단의 ‘보여주기’ 오염수 방일 쇼

기시다 없는 총리관저 앞 시위 망신살
반일 민심 조장·양국 관계 악화 우려
괴담보단 수산업계 살리기에 나서야
South Korean lawmakers hold placards and a banner against Japanese plans to release treated radioactive water from the damaged Fukushima nuclear power plant, during a rally in front of the Prime Minister's office Monday, July 10, 2023, in Tokyo. The small green placards in Japanese read, "(We) don't forget Fukushima!" The banner in Korean reads, "No dumping of Fukushima nuclear contaminated water at sea!," upper line, and "Let’s protect everyone’s sea together." (AP Photo/Eugene Hoshiko)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저지하겠다며 어제 2박3일 일정으로 출국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10명 등 야권 의원 11명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정작 기시다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로 출국해 관저에 없는데도 집회를 강행했다. 초당적 의원단이라는 명분을 위해 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까지 끼워 넣었다. 보여주기식 정치 쇼를 자인한 꼴이다.

이들은 출국 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에 의한 해양 오염은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난”이라며 “대한민국 수산업은 커다란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앞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종합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11개국 전문가 사이에서 과학적·기술적 측면의 이견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 일부 의원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면전에서 “물 부족 국가인 일본이 그 물을 음용수로 마시든지 공업·농업 용수로 쓰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고 면박을 줬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한숨을 내쉬는 장면은 보는 이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할 정도였다.

정치인의 외교적 행보는 일정을 조율하는 게 상대국에 대한 예의이자 관례다. 이번 민주당 의원들의 방일 역시 지난 4월 초 일본 도쿄와 후쿠시마를 방문했다가 도쿄전력 및 정부 관계자도 만나지 못한 채 사진만 찍고 돌아온 ‘빈손 방일’의 재탕일 수밖에 없다. ‘전 IAEA 사무총장이 일본인이다’, ‘일본 편향적 검증’ 등 음모론이 판치는 것도 야당의 책임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반대는 반일 민심을 조장해 어렵게 실타래가 풀린 한·일 관계를 또다시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IAEA는 원자력 안전 관리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유엔 산하 기구다. 한국 등 171개국이 회원국인 데다, 불과 2년 전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절차를 따르면 (방류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야당은 더 이상 국제적 웃음거리를 자초해선 안 된다. 정부가 수산업계 지원을 위해 정부 비축 예산을 지난해보다 두 배 늘리는 등 올해 35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오염수 방류와 별개로 안전성 확보 시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않겠다고 한 만큼 야당도 업계 살리기에 동참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