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또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 학교와 관련한 각종 괴담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글들에서 사망한 교사가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자녀가 ‘3선 의원’의 손주라는 소문도 확산됐다. 이런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한 것이 방송인 김어준씨다. 김씨는 20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교사가 교실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이 엄청 많다는 것인데, 그 사안에 현직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알고 있는데 실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에 나도는 말을 확인도 안 하고 유포한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가짜뉴스였다. 당사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온갖 루머에 시달리다 “내 손주는 그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밝히고 김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도 페이스북을 통해 “내 자녀는 미혼”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맘카페에서 가짜뉴스를 최초로 유포한 여성이 한 의원실로 찾아가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지만 정작 김씨는 사과하지 않았다. 다음날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 정정한다”고 했을 뿐이다.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유튜브 등이 추측성 소문 등을 마치 사실인 양 부풀리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김씨 방송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공장장(김씨) 말이라면 사실일 것” “가짜뉴스라는 증거 있나”는 맹목적 반응까지 보였다. 정치 유튜브가 기성언론과 정치인들이 독점하던 정치공론의 장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하거나 진영논리를 부추기는 폐단이 된 지 오래다. 유튜브나 1인 미디어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정·반론보도 등을 통한 구제가 불가능하다.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이슈화를 통한 ‘돈벌이’로 악용한다. 법적 허점을 파고든 상술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가짜뉴스는 더욱더 퍼져 나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괴담·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 사드전자파 음모론,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등에서 보듯 과학조차 부정하는 괴담정치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더는 유튜브나 SNS가 정치 양극화와 갈라치기를 조장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가짜뉴스 생산·유포 행위는 국가존립을 흔드는 중대범죄가 아닐 수 없다. 엄하게 처벌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