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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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제 팔이’ 교사 297명 자진신고, 사교육 카르텔 뿌리 뽑아야

현직 교사 297명이 돈을 받고 문제를 만들어 사교육 업체에 넘기거나 학원교재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5년간 영리행위에 대한 자진신고를 접수한 결과다. 한 명이 여러 건을 신고한 경우가 많다지만 2주 만에 768건이 접수된 것 자체가 놀랍다. 유형별로는 모의고사 문제 출제가 5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입시업체·특정강사를 위한 교재 제작과 강의·컨설팅 참여가 각각 92건에 달했다.

경기도 사립고 수학 교사는 2018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7개 학원·강사의 모의고사 문항 출제에 참여해 4억8000만원을 받았다. 서울 공립고 지리교사도 5곳에서 3억55만원을 챙겼다. 모의고사 문제 출제에 대한 대가라면 이른바 ‘킬러(초고난도)문항’일 가능성이 크다. 교사가 학교 수업보다 돈벌이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업체에서 받은 돈이 5000만원 이상인 교사가 45명에 달한다. 문제 장사를 한 교사의 절반에 가까운 188명은 아예 학교장으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지 않았다. 공립·사립 가릴 것 없이 교사는 국가공무원법 적용을 받아 영리활동이 금지된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간 교육계와 사교육업체 간 짬짜미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달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교사 130여명이 입시학원으로부터 10년간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후 이뤄진 자진신고라는 걸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현직 교사들의 ‘문제팔이’는 제자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묵과할 수 없는 행태다. 공교육 와해에 앞장서고 입시제도의 근간인 공정성을 위협하는 중대사안이다.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는 26조원이다.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교육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엄중조치한다지만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현직에서 얻은 공적 정보와 경험을 팔아 이득을 취한 것도 문제이거니와 사교육이라는 ‘괴물’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책임도 면할 길이 없다. 이들 중에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업무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교육업체와 결탁해 수능출제 방향과 경향 등을 공유했다면 단순한 카르텔을 뛰어넘는 범죄행위다.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낱낱이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수사기관에 의뢰해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견고한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 뽑는 것 자체가 공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