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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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사 지원 바라는 궁색한 러시아… ‘풀 스케일 환대’ 예고 [김정은 방러]

연해주 하산역서 붉은 융단 깔고 환영
외신, 金 전용열차 ‘태양호’ 높은 관심

러시아가 극진한 환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러시아 방문을 기념한 공식 만찬까지 이어지는 ‘풀 스케일(full-scale·전면적인, 완전한) 방문’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한 북한의 군사적 지원을 바라는 러시아의 궁색한 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레믈궁은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논의하고 공식 만찬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19년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관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방러가 ‘전면적인 방문’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회담이 정상 간 일대일 형식은 물론 북·러 두 나라 대표단 간 회담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공식 절차는 ‘국제 왕따’ 북한을 러시아가 정상 국가로 받드는 모양새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날 로시야1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며, 여느 이웃 국가들처럼 우리는 좋은 호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크레믈궁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진행 중인 제8차 동방경제포럼(EEF)에서 12일 밤늦게까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힘에 따라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13일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까지 회담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열릴 것”이라고만 전했고, 장소와 일정은 특정하지 않았다.

 

러시아 방송과 인터넷 매체 등은 이날 김 위원장의 러시아 진입과 전용열차의 행보 등을 실시간 속보로 연속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에 대한 이런 높은 관심과 극진한 환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포탄 등 무기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군사대국을 자부하는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지원을 요청한다면 전대미문의 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러 관계는 더없이 북한에 유리한 형태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그만큼 러시아는 궁지에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북·러 접경지인 연해주 하산 역에서 내려 현지 관리들을 만났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FNN방송은 하산역에 귀빈 맞이를 위한 붉은 융단이 깔렸고, 하산역 반경을 봉쇄한 채 삼엄한 경비 속에서 환영식이 열렸다고 전했다. 하산역은 2019년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찾았을 때도 영접받은 장소다.

11일 북한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극동 연해주 하산역에 러시아 열차가 정차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 소식통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열차가 러시아를 향해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도연합뉴스

외신은 김 위원장이 타고 이동 중인 전용 열차 ‘태양호’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2019년 4월 방러 당시에도 약 20시간이 걸리는 여정을 열차로 달렸다.

 

영국 BBC방송은 김씨 일가만 탈 수 있는 태양호의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태양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상징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김씨 일가는 소련 시절 제작된 낡은 여객기(참매1호)의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며 반면 태양호의 차체와 창문, 바닥은 방탄 소재로 만들어진 데다 위성 레이더 탐지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능도 갖췄다고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