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년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행선지로 유력하게 꼽혔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 향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푸틴 대통령도 보스토치니 방문 계획이 있다고 밝혀 두 정상의 회담이 이곳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보스토치니 기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서 “내가 그곳에 가면 당신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날 김 위원장 전용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하바롭스크주·아무르주 쪽을 향해 더 북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13일 회담이 열린다는 정보가 있다”며 “김 위원장이 보스토치니 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고,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제조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북·러 정상회담이 13∼14일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정은 열차가) 천천히 달리는데 시간을 계산해 보면 내일(13일)이나 그다음 날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북한 평양에서 철길로 최소 2300㎞ 거리다. 10일 오후 평양에서 출발한 김 위원장 전용 열차 ‘태양호’는 12일 오전 러시아 하산역을 통과했다. 평양에서 하산역까지 약 1000㎞ 정도인데 주파하는데 하루 반 정도가 걸렸다. 하산역에서 우주기지까지는 직선거리로만 또 1000㎞ 정도다. 따라서 김정은 열차는 13일 오전쯤 우주기지 부근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토치니는 러시아가 2012년 건설을 시작한 첨단 우주기지다. 지난달 11일 47년 만의 러시아 달 탐사선 발사가 이뤄진 곳도 이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북·러 간 군사협력 확대를 상징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최근 정찰위성 발사에 잇따라 실패한 북한은 위성발사 기술이 아쉬운 상태다.
러시아는 정상회담서 북한과의 무기 거래가 이뤄질 경우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미국의 경고를 일축하며 “양국의 이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영역도 다뤄진다”고 말해 무기 관련 협상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며 이같이 말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을 ‘국제적 왕따’라고 지칭하며 “러시아가 지원을 구걸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