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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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론 수출 규제로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軍

중국, 9월부터 수출 통제
中 기업들 우크라에 판매 줄여
러시아보다 우크라에 직격탄

세계 최대 무인기(드론) 생산국인 중국이 9월부터 시행한 드론 수출 통제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이 전투용 드론 부품 등을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중국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드론 및 부품 판매를 줄였다. 또 일부 기업들은 드론 구매를 원할 경우 러시아가 미국·유럽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복잡한 중개망을 이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사상 최대 ‘드론전’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이에 따른 드론 부족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병사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도네츠크 지역의 최전선에서 러시아 진지 상공으로 날려보낸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클리시치우카=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드론 생산업체인 리액티브 드론의 설립자 올렉시 콜레스니크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야간 드론 공격에 필요한 투시경 카메라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그는 “(드론) 부품에 미국, 호주 라벨이 붙어 있어도 모두 중국에서 제조된 것”이라며 “중국산을 효과적으로 대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드론 제조사인 다장이노베이션(DJI)의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러시아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NYT가 중국의 무역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올해 지난 6월까지 중국 기업이 우크라이나로 직접 배송한 드론 수출액은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러시아로 수출된 드론은 최소 145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역시 중국의 수출 통제로 드론 부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보다 우크라이나가 더 큰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역사상 첫 드론 전쟁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막대한 양의 드론을 전장에 쏟아붓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RUSI)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가 한 달에 약 1만 대의 드론을 소진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양국 군대는 급증한 드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전투용 드론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산 민간용 드론을 개조해 정찰 및 공격 임무에 활용해 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중국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 국가국방과학산업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는 지난 8월 초 성명을 통해 9월부터 특정 등급의 드론, 드론 엔진, 적외선 영상 장비, 통신 장비, 무인기 공격에 대응하는 ‘안티 드론’ 장비 등을 허가를 거쳐서만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DJI 역시 정부의 수출 통제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