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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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방문진료센터 왕진 동행기 [밀착취재]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호호방문진료센터 방문의료진(의사 양창모, 간호사 최희선, 케어 매니저 최재희)은 국내 유일 왕진의료진이다. 이들은 K-water(한국수자원공사)의 지원을 받아 일을 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 소양강댐 주변 5개 면 30개 리에 방문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과 방문 진료에 동행해 봤다.

 

호호방문진료센터 왕진의사 양창모 원장이 신이리 마을 민제근(77)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춘천 동면 신이리 마을에 가기 위해 전달받은 주소로 가니 도로가 끊기고 작은 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뱃터가 나왔다. 의료진은 의료용품이 가득 담긴 가방과 무거운 짐들을 양손에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잠시 뒤 멀리서 다가오는 작은 배 한척을 보더니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오늘 방문할 신이리 마을 주민이다. 신이리 마을은 소양강댐이 건설되면서 마을 일부가 물에 잠긴 수몰지역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한 해 대부분 물에 잠겨 있어 배를 타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 건너 쪽에 보이는 표지판이 차가 지나가는 작은 다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호호방문진료센터 방문의료진이 신이리 마을 주민의 배에 오르고 있다.
호호방문진료센터 한국유일 왕진의사 /2023.11.07 춘천=남정탁 기자
호호방문진료센터 한국유일 왕진의사 /2023.11.07 춘천=남정탁 기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5분가량 달려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무거운 짐을 사륜오토바이에 맡기고 방문 가정으로 출발했다. 의료진은 가을 색으로 진하게 물든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가파른 언덕도 힘들지 않게 올라갔다.

 

첫 번째 민제근(77), 김순금(70)씨 가정을 방문했다.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이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준비해온 작은 테이블을 펴고 진료를 시작했다. 혈압과 혈당 체크를 하고, 불편한 곳을 없는지 물어봤다. 허리가 아프고 손가락도 부었다. 귀촌 6년차인 부부는 늘어나는 농사일만큼 아픈 곳이 늘어났다고 한다. 보통 병원에서 진료를 보면 약 처방을 받고 금방 끝나 버린다. 하지만 왕진의사와 방문의료진은 오랜 시간동안 친절하고 세세하게 진료를 했다. 재활교육도 빼놓지 않았다. 일반 병원에서 맞으면 가격이 비싼 코달블럭이라는 주사를 무료로 시술하고 다음 가정으로 옮겼다.

 

호호방문진료센터 한국유일 왕진의사 /2023.11.07 춘천=남정탁 기자

두 번째 방문한 가정은 한금자(80)씨 집이다. 안부 인사를 나눈 뒤 진료를 시작했다. 몸 상태가 어떤지 자세히 물어본다. 무릎이 아프다는 황씨에게는 통증 주사를 시술했다. 의사는 좁은 공간에서 무릎을 꿇고 앉는 불편한 자세로 주사를 놨다. 진료를 마친 의료진은 황씨의 배를 얻어 타고 다시 마을 밖으로 나왔다.

 

호호방문진료센터 한국유일 왕진의사 /2023.11.07 춘천=남정탁 기자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소양강댐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방문의료진은 반가운 손님이자 고마운 존재다. 의료진들은 많은 보수를 받고 일할 수도 있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방문진료를 하는 이유는 의료인으로서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춘천=남정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