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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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으로 법률시장 대중화 선도… 규제 족쇄 벗고 글로벌 공략 [연중기획-K브랜드 리포트]

〈140〉 로앤컴퍼니

로톡 출시 10년 ‘국민법률플랫폼’ 우뚝
법률상담 누적 100만건… 月 130만명 방문
변협 등 변호사 단체와 법적분쟁 끝에
법무부 로톡 변호사 징계취소 손들어줘

법률 소외계층·범죄 피해자 지원 앞장
사우디 등 해외서도 관심… 전망 밝아
“K리걸테크 우수성 전세계에 알릴 것”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무조건 10년은 버텨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2014년 2월 법률 종합 포털 ‘로톡’ 출시를 앞두고 공동 창업자들을 불러모아 이같이 말했다.

약속은 현실이 됐다. 올해로 로톡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됐다. 법무부는 9월26일 로톡 활동 변호사 123명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를 모두 취소했다. 로톡은 그제야 족쇄를 벗었다. 법률 상담 건수는 누적 100만건을 돌파했고 매달 130만명의 이용자가 방문하는 국민 법률 플랫폼이 됐다.

법률 종합 포털 ‘로톡’과 인공지능(AI)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 등을 운영 중인 로앤컴퍼니의 김본환 대표. 로앤컴퍼니 제공

◆“레몬마켓을 혁신하자”

법률시장의 대중화와 선진화를 목표로 설립된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는 로톡과 인공지능(AI) 법률 정보 서비스 ‘빅케이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를 어디서 만나야 할지, 적정한 상담료와 수임료는 얼마인지 알기 어려울 만큼 국내 법률시장의 정보 비대칭은 심각하다. 2010년 1만명이던 변호사 수는 로스쿨 시대를 맞아 지난 10월 말 기준 3만4390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지난해 4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8명(82.4%)은 ‘아는 변호사가 1명 이하’라고 답했다.

로앤컴퍼니는 이런 문제를 정보기술(IT)로 해결하고자 했다. 누구나 쉽게 △변호사의 이력·경력 △유관 분야 경험 및 전문성 △상담료·수임료 △승소 사례 △의뢰인 후기 등을 확인할 수 있길 바랐다. 법률 상담도 △온라인 △15분 전화 △20분 영상 △30분 방문 등 의뢰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로톡이 탄생했다.

국내 최초 AI 기반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인 빅케이스도 같은 취지에서 출발했다.

빅케이스에서는 누구나 330만건의 판례 데이터를 무료로 검색할 수 있다. 국내 기업 보유 판례 중 가장 많은 양이다. 주요 기능으로는 △판결문 내 중요 문장을 강조한 ‘AI 요점보기’ △관련도 높은 판례를 자동으로 찾아 주는 ‘AI 유사판례’ △키워드 검색 결과를 그룹화해 보여 주는 ‘쟁점별 판례 보기’ △장문의 법률 문서를 한 번에 검색해 업무 효율을 높인 ‘서면으로 검색’ 등이 있다. 변호사 회원에 한해 84만여건의 형사 판결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636개의 범죄에 대한 통계 분석을 시각화해서 제공하는 ‘빅케이스 그래프’도 있다.

◆‘제2의 타다’에서 ‘제1의 로톡’으로

로톡은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성장통을 그대로 겪었다. 각종 변호사 단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매번 “법 위반 사실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받았다.

변협은 2021년 5월 자체 광고규정에 로톡 가입만으로도 징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추가했다. 한때 4000명에 육박했던 로톡의 변호사 회원 수는 1706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헌법재판소는 변협 광고규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변협은 일부 합헌 조항을 근거로 총 123명의 로톡 변호사에게 로톡 가입 및 활동을 이유로 최대 1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는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의 서비스가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23명 변호사의 징계를 전원 취소했다. 변협이 로톡 금지 규정을 만든 지 829일 만이었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훗날 한국 리걸테크 산업 발전에 중요한 분수령으로 기록될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부의 징계 취소 이후 로톡의 변호사 회원은 한 달 만에 급증세를 보였다. 최근 1년간 월평균 18명씩 늘던 변호사 회원은 한 달 만에 163명이 추가됐다. 로톡의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광고주 변호사의 숫자도 70% 급증했다.

 

◆태극마크 단 로톡… 글로벌 시장 공략

로톡은 2016년부터 법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법률상담쿠폰 지원을 시작했다. 최근 3년간 총 59만개의 법률상담쿠폰을 발행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79억원에 달한다.

2017년부턴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를 통해 총 3210매에 달하는 법률상담쿠폰을 해바라기센터 등에 기부해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범죄 피해자를 돕고 있다. 올해도 전세 사기, 학교폭력 등 신속한 피해 구제가 필요한 법률 소외계층을 찾아 선제적으로 지원 중이다. 로앤컴퍼니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총 매출의 3%를 법률 소외계층의 상담 비용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9월엔 사우디아라비아 법무부 대표단이 로앤컴퍼니를 방문하면서 K리걸테크의 글로벌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야세르 알수다이스 사우디 법무부 기획개발 차관보 등 관계자 8명이 참석한 미팅 자리에서 로앤컴퍼니는 국내외 리걸테크 산업의 현황과 독자적으로 보유한 법률 AI 기술 등을 공유했다.

사우디 대표단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분야는 로앤컴퍼니의 판례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기술이다. 대표단 관계자는 “현재 (사우디) 법무부가 고민 중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국 내 기술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현재 사우디 법무부는 잠재적 파트너로서 리걸테크 분야에 로앤컴퍼니가 우선순위라는 것에 양측의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앤컴퍼니는 일본의 대표 리걸테크 기업 벤고시닷컴과도 지속해서 소통하며 다각도로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비슷한 아시아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의 전망은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투자 규모는 약 16조원이고, 그중 약 30%가 2년 내 집행됐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현재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은 7곳이며 15개사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차별화한 기술경쟁력을 갖춘 국내 리걸테크 기업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 대표 리걸테크 기업으로서 글로벌 무대에서도 K리걸테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