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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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최악인데 통일부, “북한 정권 종식 기원” 편지 공개

통일부가 독일 베를린 북한대사관 앞에서 억류 선교자 석방을 촉구하며 정기 시위를 해온 독일인들이 “북한 정권 종식”을 주장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통일부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3년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의 석방을 촉구하는 정기 시위를 하고 있는 기독교 신자 게르다 에를리히 여사(84세)가 감사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편지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추석 계기에 독일을 방문했을 때 먼저 독일 내 북한대사관 앞 시위대를 찾아가 감사 표시를 한 데 따른 답장이다.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2일에도 감사서한을 보냈고 12월 14일에 성탄절 격려 선물도 보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기독교 신자 게르다 에를리히 여사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앞으로 보낸 편지. 통일부 제공

통일부는 그러면서 편지 원문도 모두 공개했다. 에를리히 여사는 편지에서 “저는 작년 11.2 장관님의 편지에 대해 오늘에서야 모든 시위 참가자를 대신하여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북한 주민들은 75년간 몸과 영혼이 쇠사슬에 속박된 채 지내고 있습니다. 비인간적인 북한정권이 하루빨리 종식되고 잔인한 감옥과 강제수용소도 사라지길 기원합니다. 우리는 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일이라는 목표를 부여잡고 있는 장관님과 통일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드리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성공하시길 기도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에를리히 여사는 “지난 12월, 저희들에게 아름답고 우아한 목도리 선물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위에 참가한 13명 각자의 이름이 각각 새겨진 목도리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라며 “장관님의 관심은 우리가 이러한 작은 일을 충실히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장관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우리는 언젠가 직접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가 공개한 편지 원본과 주요내용. 통일부 제공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은 남북 상호 인정과 화해·협력 단계를 거쳐 단계적, 점진적으로 평화적 통일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우리 억류 선교사 석방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 활동을 지지·격려하며 사의를 밝히는 입장은 과거에도 밝혔으나 흡수통일을 의미하는 ‘정권 종식 및 통일’을 기원하는 민간의 편지 내용까지 정부가 직접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현 정부가 흡수통일 정권 종말 등을 거론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올해 들어 남북관계를 교전중인 적대국 관계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한 도발에 경고하기 위해 ‘북한 도발시’라는 전제를 붙여 정권종말 등 강경 발언을 해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