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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ICBM개발, 北정권 본질 깨닫고 남한행... 정치 도전장 낸 국민의힘 영입인재 박충권 박사 [여의도행]

北 ICBM 개발하다 탈북할 결심
서울대 재료공학 석·박사 졸업
“한국서 받은 도움 보답하겠다”
현대제철 신소재 박충권 박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4월10일)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 입성을 향한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만큼 그들을 향한 국민의 검증 또한 철저해야 ‘준비된 일꾼’을 가려 뽑을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총선에 앞서 현역 의원들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낸 원외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국민의힘 영입인재 탈북자 출신 공학도 박충권 박사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포부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

북한 평양시 용성구역에는 김정은 국방종합대학이 있다. 북한 전역의 최고 수재들만 선발된다. 1963년 개교했지만 외부에는 그 존재가 최근에야 알려졌다. 북한의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 개발과 연구를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교 옆에는 국방과학원이 자리하고 인근에는 군수공장이 즐비하다. 박충권(38) 박사는 이곳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북한의 무기 연구·개발에 참여하다 남한행을 택한 지 15년 차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그는 24살이던 2009년 탈북해 중국 단둥을 거쳐 남한에 왔다. 서울대에서 재료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2017년 졸업 후 서울대 재료공학연구소를 거쳐 2018년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에 입사했다.

 

박 박사는 지난달 국민의힘 영입인재로 발탁됐다.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정착한 북한이탈 주민의 새 롤 모델로, 북한 인권 개선과 대한민국 공학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영입인재는 오는 4월 총선 출마 또는 당·정부 등에 기용될 인재 풀이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국민의힘 영입인재 탈북자 출신 박충권씨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연구원) /2024.01.21 허정호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탈북 공학도로서 정치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가 탈북이고, 두 번째가 지금이다.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대학 3학년 때 북한 체제의 본질을 깨닫고 밤잠을 설쳤다. 이번에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익을 위해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감을 채워가고 있다.”

 

—북한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북한 국방종합대는 북한에서 최우선으로 밀어주는 곳이다. 1963년 김일성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중심으로 무기체계 국산화를 위해 만든 대학이다. 학교 옆에 국방과학원이 있고 주변에는 군수공장이 많다. 무기개발과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다. 북한에서 했던 일들을 소상히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제한된다. 북한의 무기개발 전략, 역량 등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만 공개할 수 있다.”

 

—탈북을 결정한 계기가 있나.

 

“대학교 3학년 때쯤부터 의심을 시작해서 졸업할 즈음에는 완전히 깨달았다. 북한 국방대는 정권이 중요시하는 학교다 보니 다른 곳보다 세뇌교육이나 정보통제가 엄격했다. 외부 미디어에 대한 통제도 강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현실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배운 논리에 의구심이 생겼고, 그때부터 외부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커졌다. 이후 군수 관련 연구소에 배치됐는데, 1년이 지나고 더는 내가 아는 것과 현실의 괴리를 견디기 어려웠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에서 박충권 박사(가운데)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직장 생활은 어땠나. 회사에서는 어떤 직원이었는지.

 

“서울대 대학원생일 때 학교로 회사 소개를 나온 현대제철의 한 임원을 만났다. 내가 탈북민인 것을 알고도 편견 없이 대해줬고, 회사에 한 번 구경하러 오라고 초대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일하면 보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 회사에서는 엔진·변속기·새시 등에 들어가는 부품 소재 개발을 했다. 기존 소재를 국산화하기도 했고, 새롭게 개발한 것도 있다. 일부는 양산돼 현대차나 다른 글로벌 기업에 적용됐다. 회사에서는 ‘진격의 박책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일을 맡으면 묵묵히,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했고 이를 동료들이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

 

—한국에 온 지도 14년이 지났다. 한국 정치나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다. <2019∼2029 시나리오 한반도>를 집필 과정에서 국가의 미래를 예측할 때 사회통합이 중요한 척도로 활용됐다. 지금 한국 정치는 진흙탕 싸움을 반복하면서 사회 발전의 발목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가 비전이나 공약, 성과에 의한 대결이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을 주식회사에 비유해보면 이해가 쉽다. 국민은 주주고, 정치인은 선출된 경영진이다. 경영진은 영업이익을 내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주들은 경영진을 평가할 때 회사의 비전과 정책에 따라 이익을 내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성과는 무엇인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주주들은 경영진(정치인)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오히려 주주들끼리도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대한민국이란 주식회사는 영업이익이 쪼그라들고, 미래성장동력은 줄고, 지속가능성을 잃어갈 것이다. 이런 패턴을 끊어내지 않으면 주주들에게 남는 건 가치가 폭락한 주식 증서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영입인재 탈북자 출신 박충권씨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연구원) /2024.01.21 허정호 기자

—한국에는 다양한 정당이 있다. 보수당인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사회시스템을 지지한다. 정반대 체제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유민주주의 정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특히 진보 정당이 추구하는 남북관계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이 추구하는 남북관계 정책은 북한 핵무장과 군사력 고도화, 이를 위한 시간과 자원을 벌어주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 북한 주민의 자유와 민주화와도 무관하다.”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할 계획인가. 그 포부는.

 

“우리나라의 민생 현안들, 더 밝고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미래를 위한 논쟁을 하고 싶다. 또 일하는 실력자들의 정치에 기여하고 싶다. 좋은 비전과 정책 공약을 세련되게 풀어내고, 서로 더 좋은 공약으로 경쟁하는 정치문화가 생기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 여러 상처를 봉합하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해서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 제도를 만들고 싶다. 누구나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활력있는 창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대학이 많이 있는데 이곳들이 창업 인큐베이터, 테스트베드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제도나 정책을 만들고 싶다. 한국에 똑똑한 인재들은 많은데 이들이 그 생각을 검증하고 펼칠 공간이 부족하다. 또 대학을 평가할 때 논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창업도 하나의 기준으로 삼도록 바꾸고 싶다. 이 밖에도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우리 국민이 북한 핵 위협에 노출되지 않고, 기업들도 이로 인한 코리안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국민의힘 영입인재 탈북자 출신 박충권씨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연구원) /2024.01.21 허정호 기자

—남북관계 미래를 조망한 <2019∼2029 시나리오 한반도> 집필에 참여했는데, 당시 예상한 남북관계가 현재도 유효한가.

 

“4가지 시나리오 중 현재는 최악 다음에 해당하는 상태로 보인다. 북한은 '통미봉남' 전략을 추구하며 대형 도발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군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장 인정과 제재 해제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이 중요하며, 대선에 맞춘 북한의 행동이 예상된다. 북한은 체제 결속을 위해 남한을 외부적으로 삼을 수 있다. 최근 야당 대표의 ‘우리 북한’ 발언은 잘못된 일이다. 북한의 대남도발과 위협 수위는 그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며, 우리 정부 대응과는 무관하다. 북한의 핵무장과 군사력 고도화에 시간을 벌어준 정치인들은 반성이 필요하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환영식에서 박충권 박사(가운데)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자신만의 남북관계 해법이 있나.

 

“3가지 단계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도발하면 손해를 보게 하여야 한다. 두 번째는 김정은 정권이 지금 노선에서 돌아서서 새로운 출구 전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들도 지금의 방식으로 체제를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자신들이 쌓아온 자체 모순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압도적 군사력을 우리가 보유하는 것이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완전한 억제력을 보여야 한다. 또 북한 주민의 기초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정도의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 북한 사람을 우리가 품을 수 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