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이 친(親)이란 성향 예멘 후티 반군의 텔아비브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20일(현지시간) 이들의 근거지인 서부 항구도시 호데이다를 공격했다. 가자지구 전쟁 이래 이스라엘군의 첫 예멘 본토 직접 타격으로, 중동 전체로의 확전 우려가 재고조되고 있다. 후티도 다음날 곧바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현지 방송 알마시라TV는 현지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이날 호데이다 정유 시설과 전력회사 등을 겨냥한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87명이 심각한 화상 등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습이 전날 후티 반군의 텔아비브 공격에 따른 보복 타격이라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후티 반군은 200번 넘게 우리를 공격했고, 그들이 처음으로 이스라엘 시민을 해친 순간 우리는 그들을 공격했다”며 “우리는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IDF 대변인은 호데이다를 목표물로 삼은 이유로 “후티 반군이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받을 때 이용하는 항구”라고 설명했다.
후티는 전날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 이란제 무인기(드론) 공격을 단행해 1명이 사망하고 최소 10명이 다쳤다. 이 드론은 홍해나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지르는 직선 항로를 따르지 않고 이집트 영공으로 우회, 총 2000㎞ 이상을 비행한 끝에 저고도로 지중해를 통과해 텔아비브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스라엘 방공망은 폭발 약 6분 전부터 드론을 식별해 추적했지만 이를 위협요소로 분류하지 않은 탓에 격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의 정치·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에 처음으로 떨어진 후티 드론에 이스라엘도 첫 예멘 타격으로 맞서면서 역내 확전 우려가 다시 극대화하고 있다. 중동 내 이란 대리세력을 지칭하는 ‘저항의 축’ 핵심 구성원인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 이래 홍해를 지나는 상선 등을 주로 공격하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해왔다.
국제사회는 후티의 공격 범위가 이스라엘 ‘심장부’로까지 확대되고 이에 맞서 이스라엘도 예멘 본토를 타격하면서 이들의 전면 충돌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후티 반군의 최고정치위원회는 이날 공습에 대해 “효과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재보복을 예고했고, 21일 이스라엘 최남단 도시 에일랏을 향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곧이어 후티가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방공망이 이스라엘 영공 밖에서 요격했다고 전했다. 후티는 이스라엘 남부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후티에 첨단 대함 미사일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첩보를 미 정보기관이 올렸다고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미국에 대한 보복 성격 지원으로 러시아까지 이스라엘과 간접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됐다.
이스라엘은 남쪽의 후티뿐 아니라 국경 북쪽에서도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무력 대치를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 그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아드룬의 헤즈볼라 탄약고를 공습했으며, 이 공격으로 4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