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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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브레이킹

브레이크댄스(Breakdance)는 길거리 춤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다. 1970년대 초 미국 뉴욕시의 브롱크스 지역에서 시작된 이 춤은 미국 힙합(hip hop)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엉덩이를 의미하는 hip과 들썩이다를 나타내는 hop의 합성어인 힙합은 흑인들이 음악에 맞춰 가볍게 엉덩이를 들썩이는 동작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다. 힙합 문화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상징이다. 브레이크댄스는 특유의 애크러배틱(acrobatic·곡예의) 동작이 접목돼 춤사위가 발전했다. 힙합이 가진 사랑과 평화, 화합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브레이크댄스는 영화와 TV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영화 ‘브레이킹’(Breaking) 같은 작품들은 브레이크댄스를 대중문화의 전면에 끌어올렸다. 단순히 춤추는 것을 뛰어넘어 젊은이들의 자유와 반항, 그리고 창의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모했다. 이후 각 지역의 문화와 결합해 독특한 스타일을 발전시켰고,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 형태이자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오랫동안 비보잉(B-Boying)으로 불려오다 브레이킹이 공식 명칭으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파리 여름 올림픽이 26일(현지시간) 개막해 17일 동안 열전을 이어간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였던 브레이킹은 이번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세계 톱 비보이·비걸(여자 브레이킹 선수) 각 16명이 초대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댄스 배틀을 펼친다. 동작은 크게 4가지다. 선수들이 디스크자키(DJ)의 트랙 비트에 맞춰 즉흥 댄스를 선보인 뒤 심사위원 점수를 합산해 승자를 가린다.

 

대결은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였던 콩코르드 광장에서 내달 9∼10일 진행된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한여름 밤 젊음과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다음 올림픽 종목에 브레이킹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파리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브레이킹 올림픽 대회가 될지도 모른다. 브레이킹 선수들의 예술적 몸짓에 대한 감동이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한 여론 확산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박병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