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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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공연에 뿔난 종교계… ‘여장’ 예수 제자 파장 확산 [파리 2024]

와글와글 올림픽

佛·美 가톨릭 반발… 기업 광고 철회도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여장 남자(드래그퀸) 공연자들이 ‘최후의 만찬’ 속 예수의 사도로 등장한 장면을 두고 종교계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앤 데상 대변인은 “만약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유감스럽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프랑스 대사관 근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비난하는 시위에서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앤드류 테이트가 손짓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장면이 연출됐다. 긴 식탁 앞에 푸른 옷을 입은 여성 주위로 드래그퀸 공연자들이 모여 섰고, 이들은 예수의 사도처럼 묘사됐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체포돼 죽음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사도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프랑스가 가진 풍자적 전통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지만 일각에서는 종교적 감수성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가톨릭계는 즉각 반발했다. 프랑스 주교회는 개막식 당일 성명을 통해 “기독교를 조롱하는 장면이 담긴 개막식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미국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인 로버트 배런 주교는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 역겨운 조롱 외에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며 “역겹고 경박한 조롱”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올림픽 후원을 중단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미국의 통신기업 C Spire는 해당 장면은 기독교인들에게 모욕적이라며 올림픽 방송에서 광고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인도 비판에 가세했다. 마린 르펜 국민의회(하원) 의원의 조카이자 프랑스 극우 정치인인 마리옹 마레샬 르펜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리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본 전 세계 기독교인 모두는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이 드래그퀸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분노했다.

이에 조직위원회는 종교계의 반발에 유감을 드러내면서도 “공동체의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떤 종교계든 무시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며 “이 의도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