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잠적하는 '아동 탈취'가 국제사회에서는 심각한 범죄로 여겨지지만, 구제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실제 잠적한 아내가 5년만에 "아이들 만나게 해줄 테니 돈 달라"고 한 뒤 다시 연락이 끊겨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2일 경찰과 JTBC에 따르면 IT개발자 김모 씨는 일본에서 일했다. 2015년 현지에서 한인 여성과 결혼해 두 딸을 얻었다.
여느 가족처럼 행복했지만 언젠가부터 갈등이 생겼다. 2019년 7월 김씨가 출근한 사이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이날부터 아이를 다시 만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고 김씨는 전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을 볼 최소한 기회를 달라는 민·형사 소송도 소용없었다. 접견권을 요구하자 아내는 '가정폭력을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선 해결이 안 되자 김씨는 한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1월, 아내를 '미성년자 약취 유인'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우리 경찰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받아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 1월 아내가 SNS로 김씨에게 연락이 왔다. 생활이 어렵다며 아이들과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만나게 해줄 테니 돈을 달라고 했다.
김씨는 "50만엔(한화 약 460만원) 돈을 보내주면 날짜랑 정해서 만나러 가겠다는 얘길했다"고 전했다. 이어 "직접 만나자고 하자 계좌 이체를 고집하다 다시 연락을 끊었다"고 전했다.
이는 아이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전형적인 '아동 탈취' 행위다. 지난 6월 검찰은 '약취 유인' 혐의로 다시 수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