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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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억 쓴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2년 만에 철거

박원순 도시재생사업 일환 조성
吳시장 취임 후 전면 재개발 가닥
市 “이용자 적어 상권 도움 안 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1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해 만든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보행로가 철거된다. 세운상가 일대 전면 재개발 계획에 따른 것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하고 이달 말 주민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이 보행로는 종묘부터 세운상가를 거쳐 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상가를 잇는 약 1㎞ 길이 다리 겸 보행로다.

2017년 9월18일 오전 상인,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새롭게 단장한 3층 보행로를 걷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박 전 시장이 추진했던 대표적 도시재생사업이다. 당시 시는 상가 간 연계를 높여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약 1109억원을 들여 건설을 마쳤다. 사업비는 전액 시 예산으로 충당됐다.

세운상가 일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 전 시장이 정책 노선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대표적 개발사업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오 시장 재임 시절인 2006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지만,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도시 재생 위주로 계획을 변경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취임 후 세운상가를 전면 재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중보행로에 대해 “속된 표현으로 ‘대못질’을 해 놓고 나갔다”며 “이것이 거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통해 세운상가 일대를 단계적으로 공원화하고 공원 주변으로는 주상복합 빌딩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중보행로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시는 공중보행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어 기존 목적인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을 반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공중 보행로가 일대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에 따르면 공중 보행로 전 구간의 하루 평균 보행량(2022년 10월~지난해 10월 기준)은 1만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5440건)의 1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우선 공중보행로 구간 중 삼풍상가∼호텔PJ 사이 보행교(250m)를 철거하고, 나머지 750m 구간은 세운상가군 공원화 계획과 연계해 함께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