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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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대 불발 후폭풍… 尹·韓 갈등 넘어 계파까지 ‘균열 가속’

상처뿐인 당정 두 번째 만찬회동

韓 대표 선출 만남 이어 두 달 만에
대통령실 야외 정원서 20여명 모여

독대요청 보도 놓고 양측 주장 달라
“친윤·친한 사안마다 충돌 신뢰 바닥”

용산선 체코 순방 성과 가려져 불만
尹·韓 독대, 근시일내에 성사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두 번째 만찬 회동을 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가 선출된 다음날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전대 출마자들과 처음 만찬을 한 이후 두 달 만, 정책위의장·사무총장 등이 교체돼 ‘한동훈 지도부’가 완성된 후로는 처음이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만찬은 20여명이 참석하는 규모여서 의료개혁,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여부를 두고 당정 갈등만 불거지며 상처뿐인 ‘빈손 회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만찬에서 한동훈 대표(왼쪽)와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6시30분 무렵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식 만찬 회동을 했다. 당에서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해 최고위원 및 당 비서실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등 총 16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및 주요 수석 등 총 12명이 참석했다.

 

이번 만찬이 성사되기까지 여권 내에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대통령실은 끝내 독대를 거절하며 당정 갈등은 최고조 양상을 띠었다.

 

만찬 당일인 이날도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자꾸 (독대 요청을 언론에 제가)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 요청을 한 게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독대 요청 보도가) 흠집내기나 모욕주기처럼 느껴지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독대 요청 보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당정 갈등이 계파 갈등으로도 비화하며 당내 진통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누가 먼저 그걸 이야기했든지 간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께서 원하는 많은 여러 현안들을 논의해야 되는 내용을 바꾸고 앞서갈 문제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가 독대 요청을 꺼내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판을 깬 것”이라며 “본인이 (독대 요청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면 소통 능력의 문제고, 측근이 흘렸다 해도 측근 관리를 실패한 리더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韓, 청년 취업 지원 당정협 참석 국민의힘 한동훈(오른쪽 두번째)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취업지원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한 초선 의원은 이러한 갈등을 두고 “당이 친윤·친한계로 나뉘어 사안마다 다른 입장을 내니 누가 누구 편인가 자꾸 생각하게 되고, 같은 당 의원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독대를) 요청했다고 알려지는 것 자체도 정상적인 과정은 아니고 또 거절당했다는 것도 정상적인 과정은 아니다”라며 “낯선 광경이고 결국 양쪽 다 큰 상처를 주는, 단도직입적으로 아주 나쁜 정무적인 판단”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체코 순방에서 귀국하기 전 언론에 한 대표 측의 독대 요청 사실이 먼저 공개된 상황에 여전히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독대 여부에 언론 관심이 집중되면서 순방 성과가 가려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만찬은 원래 새 지도부 상견례 차원에서 8월30일에 하려던 일정이 연기된 것”이라며 “체코 순방 성과가 좋았는데 어제오늘 그에 대한 이야기를 국민께 알려드려야 할 자리를 독대가 다 덮어버려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 차원에서 이번 계기가 아니라 대통령과 당대표의 독대에 대해서는 꾸준히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독대가 근시일 내에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의료대란의 핵심인 의대 정원 문제와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싸고 한 대표와 대통령실의 입장차가 여전해서다.

尹, 국무회의 모두 발언 윤석열(왼쪽 세번째)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당초 이날 만찬은 한 차례 순연된 바 있다. 표면상 이유는 추석을 앞두고 민생 점검 차원이었지만, 심연에는 ‘윤·한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물밑 논의 없이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을 꺼내들자 대통령실에선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윤 대통령은 매년 참석하던 국민의힘 연찬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는 이날 ‘비공개로 논의하려 한 사안 중에 김 여사 문제도 있냐’는 질문에 “여러 중요한 사항이 많이 있는데 그것도 그중 하나”라고 답했다.


김나현·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