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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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 않아”…아버지 때려 숨지게 한 아들, 30년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父, 30년 넘게 술 마시고 폭행·폭언 일삼았다”

자신의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자수한 30대가 검찰에 송치됐다.

 

JTBC 뉴스룸 캡처

 

이 남성은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는데, 범행 전 미리 써둔 유서엔 "아버지에겐 미안하지 않다"고 적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어머니에게 "술값을 내놓으라"며 폭언하는 아버지를 아들이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아들은 4일 뒤 이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하고 경찰에 결국 자수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아들이 써둔 유서를 발견했다고 JTBC가 전했다. 유서에는 30년간 가정폭력을 일삼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또 "아버지가 30년 넘게 술을 마시고 폭행과 폭언을 해왔다"며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아버지에겐 미안하지 않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아버지는 2017년 아들을 협박한 혐의로, 2021년에도 아들을 때린 혐의로 입건됐다.

 

하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도 없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한 가해자로 이날 검찰에 넘겨졌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가정폭력 가해자 10명 중 7명이 남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해 1년간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 의해 서울가정법원 등으로부터 상담위탁 보호처분 결정을 받고 위탁된 가정폭력행위자 524명에 대한 상담 통계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이 374명(71.3%), 여성이 150명(28.6%)으로 남성 가해자가 대부분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부부인 경우가 80.4%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30·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29.4%), 30대(22.1%) 순으로 많았다.

 

폭력 유형별로 살펴보면 '남편에 의한 아내폭력'이 52.7%(27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던 '아내에 의한 남편폭력'(13.7%·72명)의 경우 이 중 40명이 남편의 외도와 이로 인한 상습적인 거짓말 등이 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