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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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예고에 車업체 주가 급락… 유럽서 시총 14조 증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밝힌 멕시코 등 3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세계 자동차 업계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발표 직후 유럽 증시에 상장된 주요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14조원 가량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 중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 츠비카우=로이터연합뉴스

소식이 전해지자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급망을 구축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약 16%(약 250만대)는 멕시코, 약 7%는 캐나다에서 생산됐다고 26일 보도했다.

 

미국은 1992년 두 국가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다. 이후 트럼프1기 행정부인 2018년에 NAFTA를 개정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해 기본적으로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을 노리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완성차와 부품 등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해왔다.

 

WSJ는 트럼프 관세가 자동차 공급망을 강타해 미국 내 가격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자동차 부품업체 수백개가 멕시코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며 멕시코와 미국에 있는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일부 부품은 완성차에 설치되기 전에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여러 차례 넘나들기도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아우디, BMW, 혼다, 기아차, 마즈다, 닛산, 스텔란티스, 도요타, 폭스바겐 등이 있다.

 

올해 1∼7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한 기업은 GM, 포드, 닛산, 스텔란티스, 도요타, 폭스바겐, 혼다, 기아차 등 순이다. 미국·이탈리아 합작사인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 소유주인 프랑스기업 PSA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각 공장 2개를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5년 초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텍사스주 공장을 확대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미국과 유럽, 일본 증시에서는 트럼프 관세 소식이 전해진 이후 자동차 제조사 주가가 하락했다.

 

26일(현지시간) 오후 4시쯤 유럽증시에서 범유럽 주가지수 STOXX 600의 자동차·부품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7% 떨어졌다. STOXX 600 전체 지수가 0.5% 하락한 것보다 낙폭이 훨씬 크다.

 

폭스바겐 주가는 2.2%, 스텔란티스 주가는 4.9% 내려앉았다. BMW는 1.2%, 다임러 트럭은 5.0%, 볼보는 1.3% 각각 내렸다. 프랑스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는 1.8% 떨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의 시가총액이 이날 주가 하락으로 약 100억유로(14조7000억원)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