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올해보다 1조원 줄어든 수준으로 확정되면서 건설업계 우려가 커졌다. 건설시장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 속 SOC 예산 축소가 업계 성장 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도 SOC 예산은 25조4000억원으로 올해(26조4000억원)보다 1조원 줄어들었다. 기재부가 구분한 총 12개 주요 예산 분야 중 유일하게 올해 대비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SOC 예산은 명목 금액인 만큼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예산 감소 폭은 더 클 것으로 본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최근 건설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SOC 예산 규모 축소는 성장 잠재력 약화와 경기, 고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건설 관련 연구기관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과 건정연은 내년 건설투자가 각각 2.1%,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2·3 비상계엄 사태’ 및 국정 혼란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건설투자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전영준 건산연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9일 발표한 ‘최근 건설정책 소고와 바람직한 발전 방안’에서 “경기 위축에 따른 민간시장 위축을 보완해 줘야 하는 공공 발주 물량 역시 급감하고 있어 수주 물량 자체가 실종됐다”며 “타 산업 위축 시 정부의 적극적 육성 정책 마련과 비교하면 국가 경제에 핵심축인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을 홀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OC 예산 축소가 현재 경제 상황과 건설 업황을 고려하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분명하지만, 전임 정부에서 SOC 투자를 크게 늘렸던 점도 고려해 예산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은형 건정연 연구위원은 “전임 정부가 초기에 SOC 예산을 줄이겠다던 방침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 이후 대놓고 SOC 투자를 늘리겠다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같은 방침까지 실행했기에 기존 대비 SOC 예산의 감소 폭만을 두고 논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