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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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땐 월급 78% 삭감… ‘보릿고개’에 생계 고통 [심층기획]

입력 : 2025-11-05 06:00:00
수정 : 2025-11-04 23: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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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보수 73만원… 아이 학원도 끊어
연수·교육 등 늘려 ‘무임금’ 개선 필요

학교 급식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방학이다. 무기계약직 형태인 급식 노동자들은 방학 때 월급이 80%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전국 17개 교육청을 조사한 결과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방학 중 월급의 78%가량이 삭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조리사의 경우 학기 중 평균 311만원, 조리실무사는 300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방학 중 보수는 평균 73만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올해 3인 가구 생계급여 선정기준(약 16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급식 조리사인 우시분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방학이면 벌이가 없으니 아이들 학원도 다 끊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려 해도 학교에서 허락을 받아야 해서 그냥 허리띠 졸라매고 살았다”고 말했다.

학교 공무직 노동자들은 방학 중 무임금 대책 등을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동계는 방학 중 연수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유급 일수를 늘리는 등 단계적으로 방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이 최근 주최한 ‘학교 비정규직 격차 해소와 방학 중 무임금 대책 토론회’에서 박정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실장은 “방학 중 무임금 문제는 한 번에 풀 수 없다”며 “연차·주휴수당 보장 등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상시전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인용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은 “방학에 급식 노동자들은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급식 노동자들도 교사처럼 방학 때 연수나 보건교육 등을 받도록 하고, 개학 전 청소 업무 등도 모두 유급 일수로 포함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한 급식 노동자는 “급식실 업무가 워낙 힘들다 보니 신규 인력이 왔다가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방학을 이용해서 연수나 적응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생계 문제도 해결되고, 급식실 인력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급식 노동자에게 방학은 현대판 보릿고개”라며 “방학 중에도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돼야 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