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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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인 제3국 대피 사진 들고 자국 유입 불법 이민 규제 주장한 트럼프

입력 : 2025-11-30 19:52:52
수정 : 2025-11-30 19: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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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추수감사절 연설에서 아프간 피난민이 가득한 미군 수송기 내부 사진을 들고 이민 규제 강화를 주장했으나, 해당 사진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피난민들과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자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미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화상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전날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을 당한 주방위군 병사 사라 베크롬(20) 상병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총격 용의자에 대해 국토안보부가 “전임 행정부가 데려온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난민 수용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인 지난 27일(현지 시간)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미 군용기에 탑승해 입국한 아프간 주민들의 사진을 들고 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직후 인쇄된 사진 한 장을 들어 화면 앞에 내보이며 “그들이 들어왔을 때의 모습이다. 완전한 혼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비행기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고, 가장 강인하고, 가장 잔인하며, 신체적으로 가장 능력 있는 자들이 비행기에 올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잔혹한 참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과제가 바로 우리 나라에 들어오고 머무는 사람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임을 상기시켜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사진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피난민과는 무관한 사진이다. 해당 사진은 2021년 8월 탈레반 재집권 직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위치한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미 공군 C-17 수송기에 탑승한 수백 명의 아프간인들이 기내 바닥에 가득 들어찬 장면을 담고 있다. 당시 미군은 카불에서 카타르 등 제3국 미군 기지로 피란민과 미군 협력자들을 긴급 대피시키는 작전을 벌였고, 이 사진은 카불 철수의 혼란을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로 전 세계에 보도됐다.

 

지난 2월 AFP통신도 이를 검증한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는 해당 사진을 두고 “미군 수송기를 통해 추방되는 불법이민자들”로 소개하는 게시물이 퍼졌으나 AFP 통신은 역방향 사진 검색과 미 전쟁부(국방부) 사진 자료를 통해 ‘카불에서 카타르로 향한 아프간 피란민 대피 비행’임을 확인하고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