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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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핑’ 공연 한번에 車 900대 1년치 온실가스… K팝 콘서트, 에코 채운다

입력 : 2025-12-02 18:37:15
수정 : 2025-12-02 2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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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저탄소공연 표준화 첫 논의

관객 이동·냉난방 과정서 발생
“K위상 높아지는데”… 역행 지적
기후단체 가이드라인 제정 촉구
“친환경 이동수단·일회용 금지를”

유명 케이팝(K-POP) 그룹 블랙핑크가 2023년 서울에서 이틀간 연 콘서트 ‘본 핑크 피날레 인 서울(Born Pink Finale In Seoul)’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5953tCO₂eq(이산화탄소환산량)였다. 하루에 3000tCO₂eq 가까이 배출한 셈인데 이는 승용차 900대가 한 해 배출하는 양(한 대당 연간 2만5000㎞ 주행 시 배출량 약 3.2tCO₂eq 기준)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블랙핑크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지속가능공연보고서를 펴내면서 관객 이동, 공연장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 폐기물 처리 등에 따른 배출량을 자체 분석해 공개한 것이다.

 

케이팝 위상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케이팝 콘서트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케이팝 팬 10명 중 9명 이상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저탄소 콘서트’를 원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체 음악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 70% 이상이 콘서트에서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번에 조사를 진행한 기후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위상에 걸맞게 우리 정부가 나서 저탄소 콘서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1년 출범한 케이팝포플래닛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케이팝 팬들이 조직한 단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케이팝 팬 601명(한국 190명·해외 411명) 대상으로 진행한 저탄소 케이팝 콘서트 경험·인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사용,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아티스트의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 전달 등을 포함한 직간접적 탄소 배출량 감축 시도가 이뤄진 저탄소 케이팝 콘서트에 참석한 적 있는 응답자는 14.1%에 불과했다. 나머지 41.6%는 ‘저탄소 케이팝 콘서트에 들어본 적 있지만 직접 참석한 적은 없다’고, 다른 44.6%는 ‘들어본 적도 참석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실제 직간접 경험은 많이 없지만 저탄소 콘서트 관람 의향은 대부분이 지니고 있었다. 응답자 중 92.2%가 ‘더 많은 저탄소 케이팝 콘서트를 보고 싶다’고 답한 것이다.

 

이들은 저탄소 케이팝 콘서트를 만들기 위해 ‘아이돌이 기후행동을 장려하는 메시지 공유’(58.5%·복수응답), ‘공연장까지 보다 친환경적인 이동수단 이용’(58.1%),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무대’(50.2%), ‘무대의상이나 장치 재사용 및 업사이클링’(49.4%), ‘콘서트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금지’(48.3%)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이와 관련해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회사별로 그 정도는 다르나 지속가능한 공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배출량 감축 활동을 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축을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가이드라인과 운영 기준을 만들고 공연장 대관 과정·신규 공연장 설계에 저탄소 원칙을 반영해야 한단 게 케이팝포플래닛 측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간 정부 차원에서 케이팝 콘서트의 탄소 배출량 문제에 대해 준비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선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목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과장은 “대부분 국내 공연장이 지자체 소유고, 기획사는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담당이고, 지역 행사는 행정안전부와 관광 쪽 담당이고, 탄소중립은 환경부 소관이다 보니 (저탄소 콘서트 관련 정책의)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