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비 배정을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광역지자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때처럼 지방비 매칭을 일방 요구한 상황이 반복된 데다 대통령의 사전협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재정 압박이 상당한 광역지자체들이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인 8개 광역지자체에 분담률을 일괄 30%로 상향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행하지 않으면 국비 배정을 보류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분담률 상향으로 광역지자체가 추가로 감당해야 할 금액은 총 996억원에 달한다. 기존 129억원(분담률 18%)을 분담해야 했던 전남은 366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충북은 156억원(18%)에서 260억원, 전북은 87억원(18%)에서 256억원, 경남은 124억원(18%)에서 207억원, 강원은 70억원(12%)에서 176억원, 충남은 54억원(10%)에서 162억원, 경북은 50억원(18%)에서 83억원으로 각각 분담금이 늘어난다. 경기는 유일하게 당초부터 분담률을 30% 24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사업은 당초 국비 40%, 지방비 60%로 설계됐다. 지방비는 광역?기초지자체가 협의를 통해 분담률을 정했다. 국회가 내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국비 40%, 광역 30%, 기초 30%로 분담률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 내용을 담은 공문을 시행하면서 갈등이 표출됐다.
광역지자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분담률을 확정해 내년도 예산 심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추가 예산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앞서 소비쿠폰 지급 당시에도 정부가 지방비 20% 매칭을 일방적으로 요구해 광역지자체들의 반발이 있었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사전협의를 약속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광역지자체들이 이미 상당한 빚을 짊어진 상태라는 점도 부담이다. 경남의 경우 도의회에서 지방비 부담 과중 등을 이유로 기존에 편성했던 금액마저 전액 삭감했다. 백수명 농해양수산위원장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임에도 지방비 매칭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파행 위기에 놓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직접 광역지자체장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시도지사협의회는 국비 배정 보류를 철회하라는 공동 건의문 채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