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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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 침해’ 논란 트럼프, 美 초대 연방대법원장 기려

입력 : 2025-12-13 09:44:36
수정 : 2025-12-13 09: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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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제이 향해 “미국 사법부 기틀 다져” 찬사
사법부와 극심한 불화 속 유화 제스처 ‘눈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국 초창기 헌법 제정과 사법부 기틀 형성에 기여한 존 제이(1745∼1829) 초대 연방대법원장을 기렸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연방법원과 불편한 긴장 관계에 있는 트럼프가 모처럼 사법부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존 제이의 생일에 즈음한 대통령 메시지’를 발표했다. 1745년 12월 12일 제이가 태어나고 꼭  280년이 흐른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2005년 취임)과 악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트럼프는 제이를 “미국의 법률과 영광스러운 독립의 핵심 설계자”라고 규정했다. 이어 “제이는 미국 헌법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심적인 인물이었다”며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청렴성, 공정성, 그리고 ‘법 앞에 평등한 정의’라고 하는 불멸의 원칙을 바탕으로 이 나라 사법부의 기틀을 다졌다”고 찬사를 바쳤다.

 

제이는 미국이 아직 영국 식민지이던 시절 뉴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유력 변호사의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그는 23세이던 1768년 스스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법률·정치 분야에서의 활동에 뛰어들었다.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라는 여론이 확산하던 1774년 제이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제1차 대륙회의에 뉴욕주(州) 대표로 참여했다. 여기에서 제이는 식민지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영국 국민에게 보내는 요구 사항’ 문건 집필을 담당했다.

 

1776년 미국이 정식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과 전쟁에 돌입한 뒤 제이는 주(駐)스페인 미국 공사가 돼 독립전쟁 원조 요청 등을 담당했다. 전쟁에서 이긴 미국이 독립국이 된 뒤로 제이는 1789년부터 1795년까지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존 제이 미국 초대 연방대법원장(1789∼1795년 재임)의 초상화. 위키피디아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후 ‘사법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행정부의 여러 조치가 연방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고 효력이 정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자 대뜸 ‘급진적 판사들이 나라를 망친다’는 식의 논리를 펴며 법원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관 탄핵소추 카드까지 꺼내든 백악관을 향해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사법부 결정에 이견이 있으면 탄핵이 아니라 항소를 하라”는 성명까지 발표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세계 각국을 상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가 위헌 소송에 휘말리면서 미국 사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미 1·2심 법원이 ‘관세 부과는 무효’란 취지의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르면 연내에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