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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러셀 동시 기용 ‘더블 해머’는 격파됐다…대한항공, 공격력과 리시브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입력 : 2026-01-05 14:49:25
수정 : 2026-01-05 14: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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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2020년대 V리그 남자부의 지배자다.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사상 초유의 통합우승 4연패를 달성하며 ‘대한항공 왕조’를 개창했다. 챔피언결정전 7연패(2007~2013)에 빛나는 삼성화재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동시에 집어삼키는 통합우승을 연속으로 네 번 해내진 못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게 통합우승을 뺏기며 ‘대한항공 왕조’는 막을 내렸다.

 

절치부심한 대한항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브라질 출신의 헤난 달 조토를 새 사령탑으로 모셔왔다. 헤난 감독의 지옥 훈련을 견뎌낸 대한항공은 예전의 강함을 되찾았다. 세터 한선수, 토종 에이스 정지석 등 왕조의 일등공신격 선수들이 지난 시즌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온 게 컸다. 시즌 초반 10연승을 달리는 등 시즌 첫 12경기에서 11승1패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독주 태세를 갖추는 듯 했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무난하게 확보하는 듯 했던 대한항공은 최근 한쪽 날개가 꺾이며 흔들리고 있다. 공수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주장인 정지석이 지난달 말 팀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8주 진단을 받고 이탈했다. 그의 대체자 1순위였던 아웃사이드 히터 임재영마저 지난달 28일 우리카드전 도중에 왼쪽 무릎을 다쳐 수술대에 올라 사실상 ‘시즌아웃’됐다.

 

공격과 리시브를 모두 책임져 전술적 비중이 큰 아웃사이드 히터진에 구멍이 나면서 대한항공의 경기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병오년 새해 첫날 ‘꼴지’ 삼성화재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더니 지난 4일 현대캐피탈전에는 아무런 힘도 써보지 못하고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세 세트 모두 20점도 따내지 못할 만큼 완패였다. 대한항공(승점 41, 14승5패)이 정지석 부상 이탈 후 1승3패로 흔들리는 사이 현대캐피탈(승점 38, 12승7패)은 최근 5경기 4승1패의 상승세를 달리며 추격 가시권까지 다가왔다.

지난 4일 현대캐피탈전 패배는 헤난 감독의 야심작인 ‘더블 해머’ 전술이 무너졌기에 충격은 더 컸다. 더블 해머 전술은 아포짓 스파이커 2명을 동시에 코트에 넣어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시스템이다. 아웃사이드 히터가 뛸 한 자리에 원래 아포짓 스파이커인 선수를 넣다보니 리시브가 약해지는 약점은 있지만, 이를 극대화된 공격력으로 만회하는 전술이다.

 

지난 1일 삼성화재전에서 정지석, 임재영이 빠진 정한용의 아웃사이드 히터 대각 자리에 1988년생 베테랑 곽승석을 넣었다가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드러나자 헤난 감독은 4일 현대캐피탈전엔 토종 아포짓 임동혁과 외국인 아포짓 러셀을 동시에 투입했다. 두 선수 중 리시브가 더 양호한 러셀이 아웃사이드 히터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러셀은 1세트에 상대 서브 9개를 받아 1개만 정확하게 받아올리고, 2개의 서브에이스를 허용해 리시브 효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이날 전체 리시브 효율이 15.38%에 그쳤다. 리시브 부담이 커지자 공격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이날 공격 성공률도 37.93%에 불과했다.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투입한 임동혁도 공격 성공률 21.74%의 빈타에 허덕이며 단 6점만을 냈다. 더블 해머 전술을 더는 쓸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헤난 감독은 현대캐피탈전을 마친 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을 상대로는 리스크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플랜이었는데, 상대 서브가 강해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고전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더블 해머 전술 폐기에 대해서 “상대에 따라 다르다. 현대캐피탈은 서브가 강한 팀이라 고전한 것”더블 해머 전술을 상대에 따라 구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지석의 합류는 아직 요원한 상황. 대한항공으로선 공격력과 리시브 사이의 딜레마에 몇 주 더 시달려야 한다. 브라질 명장 헤난 감독이 어떤 묘수로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구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