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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익을 봤나?”…‘억울한 죽음’ 부른 경기도의회 해외출장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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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다음 날…경기도의회 직원,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
‘항공료’ 의혹 등 수사…경찰, 의회·여행사 직원 배임 등 수사
노조 “구조적 문제와 책임 방기…경위·책임 분명히 드러내야”
2024년 경기도의회 의원 92% 항공료 부풀리기 등 의혹 입건
누가 어떤 이유에서 출장 갔나…출장 심사 요식행위도 수사해야

지난해 12월 경기도는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악성 민원으로 신체·정신적 피해를 본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휴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치료와 심리 안정을 목적으로 연간 최대 이틀간 특별휴가를 부여하는 내용입니다.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기대를 잔뜩 모았죠. 지난해 김포시 공무원 사망사건이 단초가 됐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도 공무원 복무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지난달 경기도의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경기도 공무원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경기도의회 임시회. 경기도의회 제공

21일 경찰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의 국외출장 ‘항공료 부풀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경기도의회 직원이 조사를 받은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전날 오전 10시10분쯤 용인시 수지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3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차량에선 유서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기도의회 7급 공무원 신분인 A씨는 도의원 국외출장 항공료 과다 청구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숨지기 전날인 19일 오후 수원영통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약 1시간30분간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5월에 이은 2번째 소환 조사였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강압수사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 혐의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항공료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며 “전날 조사는 지난 수사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부분을 재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망한 직원은 경기도의회의 한 위원회에서 국외출장과 관련해 서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기도의회는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그러면서 “더는 기사가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경기도의회 제공

◆ 출장은 ‘의원님’이 가고, 책임은 ‘직원’이 진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책임은 경기도의회에 있습니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이 많았던 제11대 후반기 도의회는 또다시 침묵하고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경기도청지부의 성명은 이를 가감 없이 방증합니다. 노조는 철저한 진상 규명을 도의회에 요청했습니다. 

 

전공노 경기도청지부는 성명에서 “도의회는 이번 사태의 경위와 원인을 책임지고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수사와 감사, 업무 지시와 관리 체계 전반에서 어떤 구조적 문제와 책임 방기가 있었는지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더는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인의 삶과 존엄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묻고 행동으로 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족 입장에선 이 사건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관례처럼 여겨지는 지방의회 국외출장의 민낯과 허술한 검증은 살펴봐야 합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어느 개인의 잘못이 아닌, 이를 방기한 경기도의회와 집행부의 책임부터 물어야 합니다. 중대재해나 중대시민재해 처벌의 법적 책임을 관리자, 단체장에게 묻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2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지방의회 출장비 관련 수사를 의뢰받았습니다. 경기도의회와 의왕·과천·안성을 제외한 경기 남부 18곳 시·군의회까지 총 19곳이 수사 대상에 올랐죠. 

 

이 중 용인·양평·이천·김포·여주의 5곳은 불입건으로 종결됐습니다. 지금까지 10곳 안팎의 도내 지방의회가 검찰에 넘겨지고 나머지 의회에 대해선 경찰 수사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권익위가 의혹을 제기한 지방의회 출장 기간은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년간입니다. 지방의회들은 기록상 심사위원회(심사위)까지 열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죠. 일부 의회는 삼사위 회의록을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수사의 핵심은 출장비를 조작했느냐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출장의 필요성과 출장자, 출장국, 출장 기간, 출장 경비 등을 설계한 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선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적발된 사례들은 실제 항공권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문서에 기재해 의회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컨대 비즈니스석으로 발권한 뒤 이코노미석으로 변경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부풀린 수천만원대 차액은 의회에 전달되고 이를 현지 식비 등 출장 경비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부는 항공권 금액을 직접 위조하거나 이티켓을 누락했다는 겁니다. 

 

경기도의회 광교 청사. 경기도의회 제공

경기도의회에는 정확히 어떤 혐의가 적용됐는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해 2월부터 강제수사가 진행되면서 경찰은 상당한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지방의회 예산 관리의 투명성 논란에 불을 붙이며 정부 차원의 감사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정쟁에 휩싸인 중앙 정치권은 ‘늘 그랬을 것 같은’ 지방의회의 불투명한 재정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직원들이 명패를 설치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제공

◆ 또다시 ‘침묵하는’ 경기도의회…자정 작용 못한 심사위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입건돼 조사받은 이들은 의회 공무원과 여행사 직원 등입니다. 출장을 다녀온 도·시·군 의원들이 경찰에 출석했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지난해 9월 임시회 이후 전체 13개 상임위 중 8개 상임위가 출장을 떠났습니다. 도의원 10명 중 6명꼴입니다. 동료의원들이 뇌물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대규모 해외출장 논란에 빠지면서 도민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죠. 정작 도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출장계획에 따르면 목적지는 스페인·일본·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었습니다. 김진경 의장이 중국을 찾는 일정까지 포함하면 전체 도의원 156명 중 94명(60.3%)이 지난해 9월 넷째 주 자리를 비운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상임위는 국립공원, 재래시장, 호수 방문이 각각 하루 일정 대부분을 채웠고, 다른 상임위도 유명 대성당 방문으로 하루를 할애했습니다.

 

경기도의회는 2024년 의원 156명 중 143명(92%)이 항공료 부풀리기 등 회계부정 의혹으로 입건된 바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수사당국이 도의회를 상대로) 뇌물·성희롱·회계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데 혈세로 무더기 해외출장을 간다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항공권 금액 부풀리기’에 경도(傾倒)된 경찰 수사에도 우려를 표합니다. 표피보다 속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의회·여행사 직원의 배임·사기 혐의 입증보다 구조적 문제를 먼저 파악해야죠.

 

누가 어떤 이유에서 출장을 갔는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출장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챙긴 당사자는 또 누구인지 확인하는 게 수사의 기본입니다. 공무국외출장 심사위가 요식행위에 그쳤다면 자정 작용을 하지 못한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