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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 무리하면 시장의 역습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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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23일에 이어 어제도 오는 5월 9일 끝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도 했다. 시장을 무시한 세제·규제가 외려 집값 급등을 야기했던 정책실패가 되풀이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3주택 이상의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최고 82.5%(지방세 포함)까지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이를 부활하겠다는 것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신년 기자회견 때만 해도 이 대통령은 “지금으로서는 세제를 통해서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니 돌연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에 오는 6월 지방선거 전 집값을 낮추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매물이 쏟아지고 부동산값이 진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가뜩이나 거래 허가제 시행과 대출규제 여파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을 불과 3∼4개월 만에 처분하는 건 쉽지 않다. 중과 시행 이후에는 다주택자들이 매각 대신 증여를 하거나 장기보유로 버틸 공산이 크다. 매물 잠김은 거래절벽과 전월세 급등 등 부작용을 양산하며 그 피해가 서민에게 전가될 게 뻔하다. 이 대통령은 “1주택자도 주거용이 아니라 투자·투기용이라면 장기보유를 이유로 세금 감면하는 건 이상하다”며 “매물을 막고 투기를 권장하는 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직이나 출장 등 불가피한 이유로 전세를 주는 경우도 많아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제한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투기 근절이라는 명분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이룰 수 없다. 징벌적 수준의 세금은 시장의 역습을 불렀던 게 과거 경험이다. 문재인정부는 25차례에 걸쳐 세제·금융규제를 망라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지만 ‘미친 집값’을 만들고 말았다. 노무현정부도 부동산 투기를 사회적 암으로 보고 수요억제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진보정권의 부동산 악몽이 더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일이다. 공급물량을 늘리는 것이 정공법이다. 노태우정부의 신도시 200만호 주택건설이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을 10년 이상 꽁꽁 묶어두지 않았나.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누구나 원하는 곳에 좋은 주택이 제때 공급된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