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곧 한국으로 유학 올 미얀마의 한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기숙사 화장실에 세정 호스는 있어요? 아니면 물을 담아둔 항아리 같은 것은 있어요?”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동생은 곧이어 자기가 이렇게 질문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한국에 가 있는 제 친구가 있는데 화장실에 세정 호스도 없고 씻을 물도 없어서 너무 불편하대요. 사실 저도 변비가 좀 있어서요. 언니도 그런 적 있잖아요. 가서 힘들까 봐 먼저 물어보는 거예요.”
미얀마 후배의 이 질문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습관, 그리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느꼈던 불편함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얀마 속담 하나도 같이 떠올랐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변비가 없으면 몸도 마음도 가볍다’는 속담이다. 이 말은 변비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미얀마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변비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먼저, 먹는 쌀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얀마 사람들이 주로 먹는 쌀은 안남미이다. 이 쌀은 밥을 해도 서로 달라붙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에 먹는 쌀은 딱 달라붙어 끈적거리는 쌀이다. 이런 쌀을 먹으면 없던 변비가 생기고 있던 변비는 심해질 수 있다. 다음으로 추운 날씨 때문이다. 추운 날씨는 사람을 움츠리게 만들고 이는 변비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이 느끼는 겨울 추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아무튼 이런 변비 문제 때문이라도 세정 호스나 물은 꼭 필요하다.
동생의 말을 들으니 한국에 함께 살고 계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지금 사는 월셋집 화장실에는 세정 호스가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변비 증세는 심해졌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는 미얀마에서 하던 것처럼 따로 물을 준비해 사용하셨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비데 하나를 설치했고, 그 이후 어머니의 불편함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외출하실 때면 늘 물티슈를 챙긴다. 외부 화장실에서 겪을 불편함을 아시기 때문이다.
미얀마를 비롯한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 화장실에 미얀마 방식으로 씻을 수 있는 물이 준비돼 있다. 한국처럼 화장지도 사용하지만, 물로 뒷정리하는 것이 기본이다. 더운 기후 속에서 살아온 미얀마 사람들은 물을 통한 세정이 위생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평생 그런 환경에서 산 미얀마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세정 호스도 씻을 물도 없는 화장실을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은 사소한 불편함 그 이상이다. 일본도 세정 호스를 많이 갖추고 있다. 나는 재작년 일본을 여행했을 때 이것을 직접 목격했다. 공공시설이나 숙소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비데가 당연히 설치돼 있었고, 함께 여행하던 미얀마 친구들과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비데가 설치된 곳도 있지만 이것은 소수이고 대부분은 좌변기만 설치되어 있다. 한국 사회에서 비데는 이제 위생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사용 편의성과 청결함, 나아가 생활의 감성까지 고려한 욕실 환경의 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마트 홈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욕실 기기의 핵심 장치로 자리 잡으며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숙사, 식당, 공공시설에서는 비데를 찾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특히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숙박시설, 기숙사, 식당, 공공시설에서만큼은 최소한 화장실 한 칸이라도 비데를 설치했으면 좋겠다. 아니면 세정 호스라도 갖추기를 바란다. 이는 단순한 편의시설 확충을 넘어 서로 다른 생활 문화를 존중하는 작은 배려가 될 수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위생 욕구는 비슷해도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국가와 문화,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니 말이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