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유독 길고 날개까지 달린 피노키오는 커다란 구두를 신고 있고, 스카프를 휘날리는 어린 왕자는 순수한 표정으로 비행기 위에 서 있다. 날개가 달린 환상의 백마는 공중에 떠 있는 등 어린 시절 동심을 뒤흔들었던 아이콘들이 화면에 가득하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화면을 보고 있자면 마치 오래전 어린 시절 꿈꾸던 세계를 다시 만나는 것 같다. 여기에 반복적인 붓질이나 이미지의 중첩 같은 회화적 기법으로 신비로움과 환상성이 더해지면 순수와 동심으로의 회귀는 더욱 빨라진다.
환상적인 아이콘들이 수놓은 풍경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과 순수한 꿈속으로 안내하는 황제성 작가의 작품으로 꾸민 ‘세계일보 창간 37주년 기념 세계미술전’이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막식을 갖고 관객들을 맞기 시작했다.
올해 세계미술전에 초청된 황 작가는 동화적 상징과 몽환적 이미지가 어우러진 회화를 통해 초현실주의적 미학과 정신분석적 통찰이라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화단의 중견 작가다. 국내 유수의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개인전만 36회를 가졌고, 베이징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등 국내외 단체전에도 900여회 참여했다. 아울러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대상을 비롯해 한국미술작가 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고, 국전 심사위원 등 국내의 크고 작은 미술대전의 심사위원장과 대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황 작가의 작품은 ‘노마드-아이디어’와 ‘순환의 바람으로부터’ 시리즈 20여점이다. 어린 왕자나 피노키오와 같은 어린 동심의 아이콘들이 그림을 다양하게 수놓고 있어, 그림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기억과 꿈의 세계로 들어갈지도.
황 작가는 이날 “전시장에서 제 작품을 스스로 바라보는 것은 늘 어렵고 힘들다”면서도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해서 더욱 단순화해 그릴 수 있는 그림에 도전해보고,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로서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싶다”고도 다짐했다.
황 작가의 작품들은 앙드레 브르통이 주창한 초현실주의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 형성 이론 및 무의식 이론, 자크 라캉의 상상계-상징계-실재계 개념과 밀접하게 교차돼 있다는 분석이다.
미술평론가인 이홍원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은 “그의 작품들은 어린 왕자나 피노키오 같은 동심의 아이콘들을 가득 담아내는 한편, 반복적 붓질과 이미지의 중첩 등을 통해 초현실주의적 미학과 정신분석적 통찰이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며 “결국 초현실주의라는 예술 사조의 한 갈래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과 꿈을 다시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동행하는 경험을 누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 이기식 사장은 이날 박희준 편집인 겸 부사장이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황 작가는 피노키오나 어린왕자 같은 동화적 모티브를 통해 어른들의 가슴속에 잠든 동심과 이데아를 깨우는 독보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며 “낯설고도 신비로운 풍경은 우리를 유년의 순수한 기억으로 안내하며 지친 일상을 떠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노마드적 여정’을 선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세계일보는 이번 세계미술전이 우리 미술의 미래를 준비하고 한국 예술의 품격을 알리는 뜻깊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세계일보가 한국 미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세계일보의 사회공헌 행보에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 편집인과 황 작가, 세계미술전 선정 작가 출신인 성태훈·이길우 작가, 이홍원 미술평론가, 임완수 아트인뱅크 대표, 하철경 전 한국예총 회장, 이남찬 한국미협 고문, 애나 박 서울공연예술센터 대표, 김동호 사단법인 한국효도회 광주시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세계미술전은 11일까지.
‘세계문학상’과 ‘세계음악콩쿠르’, ‘세계무용콩쿠르’와 함께 세계일보의 사회 및 문화공헌 사업 일환으로 이뤄지는 4대 문화기획의 핵심인 ‘세계미술전’은 그간 국내외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 소개하며 한국 미술의 저력과 위상을 높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