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상징으로 통하는 지미 라이 전 빈과일보(蘋果日報·2021년 폐간) 발행인에게 징역 20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됐다. 라이는 지난 2025년 12월 홍콩 종심법원(우리 대법원 해당)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고, 그간 형량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 심리가 이어졌다.
라이가 받고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감안할 때 최소 징역 10년부터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재판부가 선택한 징역 20년은 절충안으로 풀이되나, 1947년 12월생인 라이가 현재 78세의 고령이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홍콩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홍콩 법원은 이날 오전 라이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앞서 종심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국보법상 외국 세력과의 공모 및 선동 등 3가지 혐의를 토대로 이 같이 형량을 결정했다.
라이는 홍콩을 대표하는 민주화 운동가로 2014년 이른바 ‘우산 혁명’과 2019∼2020년 대규모 반중 시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우산 혁명은 중국 정부에 홍콩 행정장관(행정부 수반)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일어난 민주화 시위를 뜻한다. 그 뒤 2019년 중국 정부가 홍콩 국보법을 제정해 민주화 운동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려 하자 이듬해인 2020년까지 반대 시위가 홍콩을 휩쓸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라이는 2019년 홍콩 시위 정국에서 세계 각국에 있는 지인들을 상대로 “중국과 홍콩 정부 및 관료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5년 그가 창간한 빈과일보를 통해 홍콩 시민들의 거리 시위 그리고 홍콩 정부를 겨냥한 반발을 선동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2020년 라이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전격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앞서 지난 1월 말 과거 홍콩을 식민지로 지배했던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다. 스타머 방중에 앞서 크리스 패튼(81) 전 옥스퍼드대 총장은 “총리가 중국 지도부와의 만남을 계기로 라이의 석방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튼은 1992년부터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까지 마지막 홍콩 총독을 지낸 인물이다.
스타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기회를 활용해 라이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 정부가 라이를 형집행 정지 등 형태로 일단 풀어준 다음 영국으로 추방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진핑은 중국의 권력 분립과 사법부 독립 등 원칙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스타머로선 서방 주요국 지도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