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섭 기자 = 프랑스 혁명 때 쓰이던 군사용 기구(氣球), 즉 '풍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첨단 군사 기술로 거듭났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센서, 자율운행, 소재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우크라이나전 전투 현장으로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곳곳에서 풍선이 다시 널리 쓰이고 있다.
정보 수집, 통신망 연결, 적재물 운송, 폭격용 드론 장거리 발사 등 용도는 다양하다.
풍선은 레이더로 포착하거나 전파로 무력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WSJ는 군사용 풍선을 쓰는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사용 범위가 가장 폭넓다며, 저렴한 풍선을 이용해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담한 공격을 가하고 정찰·수송에도 쓰며 미끼로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군사용 풍선을 사용할 때 현지 바람 패턴상 비대칭적 이점을 갖고 있다.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풍선의 이동 방향이 자연스럽게 동쪽, 즉 러시아 쪽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직후부터 폭탄이나 수류탄을 떨어뜨리는 데에 풍선을 활용했다.
또 레이더에 마치 전투용 군용기처럼 비치도록 설계된 적재물을 풍선에 달아서 날림으로써 러시아가 방공 역량을 낭비토록 유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2024년부터 정확한 목표물을 겨냥해 소형 폭탄 공격을 하는 데에 풍선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미국 공급업체의 제품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활용법들을 병행해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의 유전, 정유소, 항만, 철도 등을 공격하고 경제적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작년에는 모스크바와 랴잔을 공격하는 데에 풍선이 활용됐으며, 작년 12월에는 풍선으로 공격용 드론을 모스크바로 투하해 주요 공항들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풍선 기술을 인공지능(AI)과 기상 예측 데이터와 결합하면 먼 거리에 있는 목표물을 더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풍선의 제작 비용은 대당 몇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적군이 이를 격추하려면 수백만 달러가 들 수 있다는 점도 풍선의 장점이다.
우크라이나 외의 국가들도 군사용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육군은 최근 3년간 군사용 풍선에 1천만 달러(144억 원) 이상을 썼으며, 올해 4월 네바다주와 유럽 전역에서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는 고고도 풍선을 이용한 훈련을 할 예정이다.
또 올해 말에는 태평양에서 많은 수의 군사용 풍선이 시험될 예정이다.
미국 육군과 특수작전사령부는 올해 3월 태평양에서 할 훈련에서 풍선을 이용한 공격 기술을 시험해볼 예정이다.
최대 100대의 풍선이 상호 연동되고 다른 무기 시스템과도 연계돼 가동되록 하는 기술도 개발중이며, 이는 공격 거리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작년 여름에 통과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 지출 법안에는 군용 고고도 기구의 개발과 조달에 5천만 달러(721억 원)가 배정돼 있었다.
이를 통해 태평양 일대의 무기·보급품 운송, 중국과 충돌이 일어날 경우 정찰 임무 수행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동맹국들 역시 풍선을 다양한 군사적 목적으로 시험중이다.
러시아와 그 동맹국들인 벨라루스, 북한 등도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고 혼란시키는 데에 풍선을 이용하고 있다.
풍선이 전쟁 수행에 쓰인 첫 사례는 프랑스 혁명 때로, 수소를 채운 기구에 탑승한 사람이 적군의 위치를 정찰하고 전투용 지도를 만들었다.
19세기 미국 남북전쟁과 보불전쟁 때는 군사용 기구 사용이 더 흔해졌다.
독일은 제1차세계대전 때 '체펠린'이라는 기구를 띄워 영국에 폭탄을 투하했으며, 이 때가 군용 기구가 공격용으로 쓰인 첫 사례였다.
현대의 고고도 기구는 드론이나 제트 전투기보다는 높은 고도에, 인공위성보다는 낮은 고도에 띄워질 수 있다.
기구가 펼쳐지기 전에 접혀 있는 상태에서는 크기가 배낭 정도로 작다.
경량 카메라와 다른 센서를 달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도 있다.
경로를 자율적으로 변경하는 기능도 있고, 강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도중에 임무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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