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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무차별 고발전’ 신호탄… “수사·판결 위축 불가피” [사법 3법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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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첫 타깃 된 사법수장

“법관들 형사사건 기피 심해질 것”
“고발·무고 맞불, 소송전 난무할 듯”
입막기·괴롭힘 목적 악용 우려도
경찰선 법적판단 재수사 부담감
野 “이재명·與, 삼권분립 흔들어”

개정 형법 공포로 법왜곡죄가 시행된 첫날부터 사법부 수장이 수사기관에 고발된 것을 신호탄으로 판·검사와 사법경찰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남발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선 “예상된 문제”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는가 하면, 형사사건 수사·재판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법왜곡죄 관련 조항인 형법 제123조의 2는 ‘형사사건 재판에 관여한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한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법령의 적용요건이 충족되지 않음을 알면서 적용하거나,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및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증거를 은닉·위조해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했을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과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분주한 헌재 법원 확정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재판소원법이 시행된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가 놓여 있다. 남정탁 기자
분주한 헌재 법원 확정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재판소원법이 시행된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가 놓여 있다. 남정탁 기자

형법 개정을 밀어붙인 여권은 법왜곡죄 도입으로 법관이나 검사가 임의로 법리를 왜곡해 판결 또는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인권침해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입법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부장판사는 “예상대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마음에 안 드는 모든 걸 문제 삼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재판이 발전하려면 도전적이거나 새로운 판결도 나와야 하고, 이에 대해 찬반 토론도 활발히 벌어지고 해야 하는데, 이젠 ‘용기 있는 판결’은 못할 것”이라며 “법관들의 형사사건 기피 현상도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판·검사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이 난무할 것”이라며 “(고소·고발을 당한 판·검사가) 다시 맞고소로 대응할 경우 끝없는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왜곡죄 시행 전부터 이미 직권남용죄 등으로 고소·고발이 가능했다는 점도 짚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선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제도가 (판·검사·경찰 등을)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판사도 그렇겠지만, 수사기관은 특히 위축돼 적극적인 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법왜곡죄 적용 ‘1호 고발’ 건인 조희대 대법원장·박영재 대법관 사건이 애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됐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추가로 고발되면서 수사절차 관련 혼선도 문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단 경찰은 법왜곡죄 관련 고소·고발 건도 통상 사건 처리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국수본은 이날 조 대법원장·박 대법관 고발장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되자 고발인 주소지를 고려해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배당했다. 이후 구체적인 내용 검토를 통해 시도청 광역수사단으로 재배당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찰은 부연했다.

 

경찰청은 법왜곡죄 혐의의 구성요건이나 판례 등 참고자료를 수사관들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찰 내부에선 당혹감이 새나온다. 법관이나 수사관이 이미 진행한 법적 판단을 다시 수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자칫 정치적 수사로 비칠 가능성도 있어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왜곡죄에 어떤 케이스가 있을지 확립되지 않았고, 재판 중인 사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쟁점이 남아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조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고발된 일을 겨냥한 날 선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삼권분립의 기틀을 뿌리째 흔드는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