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2명 중 1명은 배송 혜택이 주어질 때 지출을 늘릴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결제 기술 기업 비자(Visa)의 조사 결과,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소득 국가 중 온라인 쇼핑 빈도 1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가격 할인보다 ‘무료 배송’과 같은 편의 서비스가 소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비자가 16일 발표한 “아태지역 디지털 커머스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77%가 월 2~3회 이상 온라인 쇼핑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대만(68%), 호주(57%), 홍콩(55%) 등 인근 고소득 국가들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한국이 지역 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숙도를 갖췄음을 시사한다.
◆ 가격보다 ‘배송’이 지갑 연다… 한국만의 특이점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소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아태지역 대다수 국가가 ‘시즌 세일’이나 ‘소득 증가’ 등 가격과 경제적 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과 달리, 한국은 ‘배송 편의성’이 압도적이었다.
향후 6개월 내 지출을 늘리게 할 요인으로 한국 소비자의 54%가 ‘무료 배송’을, 35%가 ‘빠른 배송’을 꼽았다. 고도화된 물류 인프라를 일상적으로 경험해 온 한국인들에게는 단순한 가격 할인보다 ‘얼마나 편하고 빠르게 받느냐’가 소비 활성화의 실질적인 열쇠가 된 셈이다.
◆ “편하긴 한데 믿어도 될까?”… 결제 보안에 향한 불신
쇼핑 빈도는 높지만, 결제 과정에 대한 심리적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한국 소비자들은 간편결제와 선불 충전 등 다양한 방식을 고루 사용하면서도, 정작 해당 방식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아태지역 평균보다 현저히 낮았다.
실제로 한국 응답자의 46%가 결제 시 ‘보안과 신뢰’를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이는 결제 단계에서 기술적 편리함이 주는 혜택과 사용자가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 관건은 ‘신뢰’
최근 화두인 ‘에이전틱 커머스(AI가 상품 탐색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쇼핑)’에 대해서도 한국인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상품을 검색하거나 배송을 추적하는 탐색 단계에서 AI를 쓰겠다는 응답은 93%에 달했지만, AI에게 직접 결제를 맡기겠다는 비율은 38%에 그쳤다.
AI 쇼핑을 망설이는 이유로 한국인의 66%가 ‘신뢰성 부족’을 언급했으며, 구체적으로는 정보의 정확성(39%)과 보안(30%)을 걱정했다. 다만, 보안 조건만 충족된다면 에이전틱 커머스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는 87%로 타 국가보다 높았다. 기술 수용도는 높지만, 그 전제 조건으로 강력한 ‘보안 장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비자 측은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카드 정보를 암호화된 토큰으로 대체하는 기술과 AI 에이전트 간의 신뢰를 인증하는 ‘트러스티드 에이전트 프로토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