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김치엽 노동자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게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하라.”
6일 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고 김치엽 삼성전자 연구원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외쳤다.
고 김치엽 연구원은 2024년 4월 삼성전자에 입사, 메모리 사업부 화성사업장 설비부품기술팀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프로젝트팀에서 연구개발을 하다 1년이 채 안 된 2025년 3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반올림과 유족 측은 고인이 과중한 업무와 성과 압박 등으로 인해 우울증과 수면장애 등을 겪게 돼 사측에 수차례 병가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김씨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고인의 아버지 김영구씨는 아들의 죽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삼성전자가 저지른 ‘구조적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과로와 휴식이 박탈당할 때 아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잘해보려 하는데 하나씩 일그러지고 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다’라는 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사내 마음정신건강 센터에 상담을 예약하고 상담도 받게 했다”며 “하지만 업무를 줄이거나 휴직 처리를 시행한 것이 아니라 사건 바로 직전인 지난해 3월19일 업무 발표까지 업무를 부과하며 극단으로 몰아붙였다. 가족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사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씨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내 마음건강센터의 의무기록에는 ‘상당 수준의 증상이 지속돼 치료 필요’, ‘심한 업무 스트레스’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아울러 고인이 2월11일 당시 치료받고 있던 정신건강 의학과에서 직장 제출용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당일 사측과의 면담에서 병가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 기록을 사측으로부터 제공받았다고 전했다.
고인이 남긴 온라인 검색 기록에서도 그의 죽음이 업무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고인은 ‘과로 온몸 저림’, ‘회사만 오면 팔다리 저리고 가슴이 아픔’, ‘직장 내 괴롭힘’, ‘우울증 퇴사 후회’ 등을 검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사측이 ‘근태 관리’를 이유로 고인의 집에 찾아간 것도 ‘주거침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사측이) 비밀번호를 눌러야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 위력으로 무단침입을 했다”며 “사실관계 조회와 주거침입에 대해 고소하자 회사는 마지못해 4월15일 답변에 주거침입이 ‘최소 4회 이상’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삼성전자의 노무관리 형태는 관리가 아닌 통제이고, 압박이며, 침해다. 결국 괴롭힘의 일종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참석한 노동 전문가들은 인과관계상 고인의 죽음은 명백한 ‘산업재해’라고 주장했다. 이성민 노무사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재해자의 정신건강은 급속히 악화됐다”며 “산업재해 판단은 상당인과관계의 영역이다.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제반 사정을 종합한 규범적 관점에서 그 개연성이 인정되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는 이어 “근로복지공단 역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원칙에 맞는 조사와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며 발언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