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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중추서 문화 용광로로… 충북 ‘공간 대전환’ 빛났다 [지방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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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본관, ‘그림책정원 1937’로 재탄생

도민 성금으로 건립… 90년 세월 맞아
원형 보존하며 내부 문화적 기능 채워
1만4000권 그림책 도서관·전시실 변신

1층 쉼터·2층 전시·3층 창작 차별화
세계적 작가 셀레나 국내 첫 전시 눈길
개관 한 달 여 만에 3만7000명 다녀가

북페어 등 콘텐츠 확장해 문화거점화
도심속 거대한 열린 문화권 창출 추진
침체된 원도심 일대 새로운 활력 기대
충북 행정의 중추이자 권위의 상징이었던 충북도청 본관이 90년의 세월을 돌아 마침내 도민의 품으로 온전하게 돌아왔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도민들의 자발적인 기탁금으로 건립된 이래 충북의 현대사를 묵묵히 지켜온 예스럽고 중후한 건물이 이제는 그림책 속 상상력이 넘실거리는 복합문화공간 ‘그림책정원 1937’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올해 3월31일 공식 개관한 후 그림책정원을 향한 도민들 반응은 열광적이다. 충북도는 지난달 30일 기준 그림책정원 누적 방문객이 3만7000명을 돌파하며 도심 속 새로운 문화 명소로 급부상했다고 7일 밝혔다. 과거 높기만 했던 관공서의 문턱을 낮추고 그 자리에 문화와 예술의 온기를 채워 넣은 충북도의 ‘공간 대전환’ 실험이 성공적인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충북도정 90년 증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지역사회에 따르면 충북도청 본관은 공공건축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937년 충북 도민들의 성금으로 지어진 이 공간은 광복과 6·25전쟁, 산업화, 지방자치라는 흐름과 함께한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좌우 대칭의 안정적인 구조와 붉은 벽돌의 질감 등의 외관이 자아내는 고풍스러운 멋은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2003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55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정의 중심지로서 오랜 시간 일반 도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기에는 심리적 거리가 멀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도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청 본관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건물을 철거하거나 원형을 훼손하는 대신 근대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며 내부를 문화적 기능으로 재정의하는 방안을 택했다.

총사업비 160억원을 투입한 이번 프로젝트는 ‘남겨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을 면밀히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전면 현관과 중앙홀의 계단 난간, 도지사실 등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지닌 주요 구조부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공간은 이용자들의 동선과 편의를 고려해 세심하게 새로 단장했다. 낡은 서류 더미가 쌓여 있던 사무공간은 이제 1만4000권의 그림책이 숨 쉬는 도서관과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그림책정원 1937’은 연면적 3365㎡ 규모에 층별로 차별화된 기능을 부여해 유기적인 문화 생태계를 조성했다. 각층별 다른 주제로 방문객에게 재미와 흥미를 선사한다는 평가다.

우선 1층은 어린이와 영유아, 부모가 함께 머물 수 있는 열린 열람 공간과 문화 쉼터, 아기 쉼터 등으로 구성됐다. 세계 각국의 그림책과 한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서가를 가득 채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2층은 예술적 영감을 주는 전시 영역이다. 원형이 보존된 도지사실을 전시실로 활용하고 기획전시실과 복도형 문화회랑을 통해 수준 높은 그림책 원화와 미디어 전시를 선보인다.

3층은 창작과 공유의 공간이다.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 장면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메이커스페이스와 인공지능(AI) 스페이스, 교육실 등이 마련됐다. 책을 읽고 보는 것은 물론 ‘직접 만들고, 움직이고,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이런 공간 배치는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평일에도 하루 1000명 이상, 주말에는 2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전 세대가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장에서는 “아이와 함께 갈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청주에 이런 멋진 공간이 생겨 너무 좋다”, “도청이 이렇게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일 줄 몰랐다” 등의 부모들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그림책정원에서 만난 진천군 덕산읍 남모(44)씨는 “아이들하고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그림책 정원을 찾았다”며 “다양한 체험과 읽을거리, 볼거리 등이 풍부해 아이들하고 청주를 올 때면 꼭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세계적 팝업북 작가 셀레나가 선택한 충북도청

그림책정원은 개관 전부터 이미 국제적인 관심을 받으며 그 저력을 증명했다. 세계적인 팝업북 작가인 엘레나 셀레나가 자신의 해외 첫 전시공간으로 충북을 공식 선택해서다. 셀레나 작가는 지난해 11월 충북 청주 등을 방문해 개관전을 위한 실질적인 협의와 사전 워크숍을 진행하며 공간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개관 기념 특별전인 엘레나 셀레나의 전시와 정승각 작가의 원화전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특히 세계적 작가의 신작을 충북에서 맨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지역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줬다. 도는 이런 국제 협력사업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수준 높은 국내외 전시 콘텐츠를 지속해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도는 ‘그림책정원 1937’ 개관을 시작으로 도청 일원을 하나의 문화 생태계로 재편하는 ‘미래 공간 대전환’을 꾀할 방침이다. 가장 먼저 추진되는 계획은 ‘문화 축의 완성’이다. 도청 본관을 중심으로 인근의 연못정원, 문화광장, 당산 생각의 벙커, 놀꽃마루, 문화홀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도심 속에 거대한 열린 문화권으로 창출할 예정이다. 연못정원과 문화광장 등 야외공간과 연계한 체험·공연·휴식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실내와 야외가 경계 없이 이어지는 대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문화 콘텐츠의 확장도 주목된다. 도는 그림책을 읽고 보는 공간 확장과 함께 전시, 출판, 시민 참여가 어우러지는 문화행사를 지속해서 펼친다. 지난달 24∼25일에는 충북 최초의 ‘북페어’를 개최해 지역 문화 지형을 확장했다. 도는 정기적인 전시 협업과 교육·체험행사를 확대해 ‘그림책정원 1937’을 충북을 대표하는 문화 거점으로 키워 나갈 방침이다.

도는 이러한 변화를 통해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도청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시민들의 일상 속 쉼터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 잡음으로써 침체한 원도심 일대를 젊음과 예술이 넘치는 ‘문화의 바다’로 변모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도 관계자는 “1937년 도민의 성금으로 세워진 이 소중한 공간을 90년 만에 다시 도민의 품으로 돌려드린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이번 개관은 도청 공간의 기능을 문화 중심으로 전환한 완성 단계이자 충북 문화정책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책을 보며 세대가 소통  충북의 거실 되길 바라” 김종기 道 문화체육관광국장

 

“근대건축을 ‘날것의 미학’으로 구현한 문화 거점입니다.”

 

90년 가까이 충북 행정의 심장부였던 붉은 벽돌 건물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담는 거대한 그릇으로 재탄생했다. 충북도청 본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그림책정원 1937’은 ‘발상의 전환’ 사례로 꼽힌다.

 

김종기(사진)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그 변화의 실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김 국장은 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충북은 정승각, 이기훈 작가 등 세계가 주목하는 그림책 거장들을 배출한 창작의 산실”이라며 “지역이 가진 강력한 문화적 자산을 도심 한복판의 상징적 공간과 결합해 충북만의 특화된 문화 거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에게는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인간의 감수성과 해석 능력을 키워 주는 그림책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이번 사업의 동력이 됐다. 김 국장은 “지난 90년 동안 도정의 중심이었던 상징적 건물의 기능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이었기에 책임감이 막중했다”며 “수많은 부서가 공간을 비우고 이동해야 하는 전사적인 협조가 필요했고 사업 총괄자로서 이 과정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에게 공간을 돌려드린다’는 대의명분 아래 모든 조직원이 힘을 보탰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등록문화재를 만지는 작업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김 국장은 “원형 보존이라는 제약을 매력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며 “사무 공간의 벽을 뜯어냈을 때 드러난 1937년 당시의 붉은 벽돌을 그대로 살려 ‘날것의 미학’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 이 결정은 현재 방문객들에게 가장 큰 호평을 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도가 그림책정원에 녹여낸 철학은 ‘일상 속 문화의 민주화’다. 책을 보며 세대가 소통하고 머무는 충북의 ‘거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시뿐만 아니라 해설사가 상주하며 관람객과 소통하는 참여형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김 국장은 그림책정원이 나아갈 방향으로 ‘세계 속 공간’을 제시했다. 김 국장은 “그림책정원1937을 시작으로 당산벙커, 놀꽃마루, 성안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일명 ‘시티파크’를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앞으로 세계적인 작가들과의 협업을 확대해 충북의 이야기가 세계와 소통하는 세계적인 문화 특화 공간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