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이 공동 발의한 개헌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됐다. 개헌안 가결을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286명) 3분의 2(191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106석)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며 의결 정족수 미달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개헌 시도는 국민적 열망이 그리 뜨겁지 않았던 데다 원내 3분의 1이 넘는 의석을 지닌 제1야당이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만큼 무산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개헌안의 핵심은 국회가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제동을 걸 장치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와 같은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속내는 개헌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 6·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려는 것 아니었던가. 그제 이재명 대통령이 “그(개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불법 계엄 옹호론자라고 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야당을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우리 헌법은 개헌과 관련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란 엄격한 요건을 부과했다. 사실상 ‘여야 합의’를 주문한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설득을 위해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 자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개헌은 필요하다”면서도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와 개헌안 국민투표 날짜를 맞추면 좋다’는 이유만으로 국회에서 개헌안을 표결하는 것은 졸속이라는 논리를 들었다. 이 또한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를 우선한 정략적 행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존엄성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인권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자”고 역제안을 했는데,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한국의 민주주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도 결국 헌법 절차에 따라 신속히 종결됐고, 현재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가 진행 중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헌은 여야 합의가 필수다. 향후 개헌 논의는 ‘국민의힘을 배제한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민주당이 인정하는 것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여야는 당분간 개헌 논의는 접어놓고 중동전쟁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생계 지원을 위한 민생 입법 활동에 주력함이 마땅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