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그동안 삼성화재가 보여드리지 못한 배구를 보여드리겠다”
‘배친자’(배구에 미친자) 토미 틸리카이넨(핀란드) 삼성화재 신임 감독이 던진 출사표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7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 UNYP 아레나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1일차 메디컬 테스트 및 신체 측정에 참석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유심히 지켜봤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의 사령탑을 맡아 2023~2024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일궈냈던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4~2025시즌에 현대캐피탈에 밀려 정규리그 3위, 챔프전 준우승을 끝으로 V리그를 떠났다.
폴란드 리그에 있다가 다시 V리그로 돌아온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5~2026시즌 최하위에 머문 삼성화재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V리그에 돌아와 굉장히 기쁘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둬 굉장히 설렌다”면서 “한국에서 굉장히 좋은 시간을 보낸 만큼, 다시 돌아와 싸울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대한항공 사령탑 시절에 상대했던 삼성화재에 대해선 “서브가 좋았고 공력력도 강한, 터프한 팀이었다. 대전에서 맞붙었을 때 굉장히 힘든 경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며 “다만 그때와 선수단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FA 시장에서는 내부 FA만 눌러앉히는 데 주력했던 삼성화재는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에 힘썼다. 최근 두 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세터 유광우와 리베로 부용찬 등을 영입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 선수단 구성이 굉장히 젊은 편이다. 두 베테랑이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임도헌 단장님께서 굉장히 신경써 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 시절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팀을 이끌며 자신이 하고 싶은 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삼성화재는 유망주 선수 위주의 팀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요구하는 배구를 100% 구현하기는 힘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삼성화재 왕조’를 코트 위에서 이끌었던 유광우의 9년 만의 컴백은 틸리카이넨 감독이 구현하고 싶은 배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카드다. 틸리카이넨 감독과 유광우는 대한항공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유광우는 삼성화재 왕조 시절엔 신치용 감독이 요구하는 외국인 선수 위주의 시스템 배구도 완벽히 구현해냈고, 대한항공에선 삼성화재 시절에 봉인했던 스킬풀한 토스를 현란하게 구사하며 토탈배구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줬다. 감독이 원하는 배구를 구현해내는 건 유광우가 현역 최고라는 평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유광우와 삼성화재에서 다시 만나 굉장히 기쁘다. 세터 유광우를 존경한다”며 “코트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내가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체력이나 몸 상태에 대해서는 “분명 나이가 있지만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뛰어난 정신력과 기량으로 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운다. 지난 시즌에는 많이 뛰지 않았지만, (나와 함께 있을 때) 많은 경기에 나섰기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남자부 최다인 챔피언 결정전 8회 우승 이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신치용 감독 시절에 이뤄낸 위업이다.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은 2017~2018시즌일 정도로 최근 8시즌에는 최약팀으로 전락했다. 2025~2026시즌에는 6승 30패 최하위로 마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삼성화재의 화려했던 시절을 알고 있다"며 "명가 재건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면 이후부터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정신력과 기술력,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발전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는 호기심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지난 시즌 최하위 삼성화재는 가장 많은 구슬을 넣기 때문에 1순위 지명권을 얻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2년 전 대한항공 소속으로 참가한 트라이아웃에서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승 팀이라 3.57%의 확률에도 불구하고 행운의 1순위 지명권을 얻은 바 있다. 다만 그 1순위로 레오(현대캐피탈)이 아닌 요스바니를 택했지만, 요스바니는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요스바니 선택이 현대캐피탈의 2024~2025시즌 통합우승을 만들어냈고, 틸리카이넨 감독과 대한항공의 결별을 만든 셈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번에도 첫 번째 지명권을 얻게 되면 좋겠다. 플레이 스타일이 우리 팀과 부합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과 잘 어울릴 만한 인성을 갖췄는지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