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청주에서 29주차 고위험 임신부가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이동하다가 태아가 숨졌다.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국내 임신부들이 겪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고통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본지가 8일 보도한 ‘모자(母子)의료센터 모자란 전문의’ 기사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전국의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곳이 정부 기준인 ‘산과(産科) 전문의 4명 이상 근무’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를 받기까지 분초가 시급한 고위험 산모 대다수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 아닌가.
지난해 정부는 기존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현행 권역모자의료센터로 개편했다. 그러면서 “각 권역의 분만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산모·신생아 통합 치료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게 하려는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20곳이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지정됐다. 24시간 내내 분만과 고위험 산모·신생아 등 진료를 맡는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적정한 수의 산과 전문의 인력 보유가 필수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한 기준인 전문의 4명을 채우지 못한 곳이 과반이고 심지어 어떤 곳은 1∼2명만 근무한다니, 이래서야 ‘24시간 분만·진료’라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장 청주에서 고위험 임신부가 제때 진료를 못 받아 태아 사망으로 이어진 것도 해당 권역모자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의 인력 부족 탓이었다. 충북대병원은 산과 전문의가 1명뿐인 데다 설상가상으로 임신부가 찾았을 당시 부재중이었다고 한다. 정부가 권역모자의료센터 1곳당 매년 6억원을 지원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의료계에선 ‘산과 전문의 자체가 부족한데, 얼마 안 되는 인력마저 과로로 소진되는 상황’이란 설명이 나왔다. 소수의 의료진이 야간과 휴일을 포함해 24시간 응급실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예산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를 근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진료과에 지원하는 의사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본지 취재에 응한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신생아가 뇌성마비 장애를 입었다는 이유로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적 있다”며 “현재처럼 사건이 터졌을 때 희생양을 찾는 구조 아래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에) 유입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아무리 출산을 장려해도 의료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공염불 아니겠는가. ‘분만 관련 의료사고 발생 때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을 참작해 정부가 합리적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