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거론되던 정부의 한반도 평화특사 파견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중동 정세 불안이란 구조적 변수 속에서 양국 외교 현안이 회담 의제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다. 북핵, 남북관계 관련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원론적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중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11일 정부 차원에서 평화특사 파견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나오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추동하기 위한 ‘페이스메이커’ 역할 강화를 위해 평화특사를 임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과 전략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유관국에 설명하고 협의를 추진하는 취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특사 임명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인공지능(AI)·희토류 등 전략산업을 둘러싼 경쟁과 협력 문제,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 타이완 문제 등이 핵심 의제로 꼽힌다. 정부 입장에서는 북핵과 남북관계 현안이 다뤄질지가 관심사지만,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이란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해서나 전쟁 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관리 체계를 어떻게 재확립할지 등에 대해 상당히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적어도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다뤄지려면 우리 정부 북핵 정책인 동결, 축소, 비핵화 등이 미·중과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사전 조율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단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