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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 갈라치기에 밀려나는 2030 [심층기획-올림픽공원 봉쇄 시위 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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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나는 태극기부대

60대 이상 비중이 26.7% ‘최다’
‘성조기 자제’ 청년들 마녀사냥
체육회장 “봉쇄 해결” 조기 귀국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핸드볼경기장) 앞. 지난 주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청년들이 모였던 이곳은 며칠 만에 크고 작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시위대의 ‘부정선거’ 구호로 가득 찼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인쇄된 이른바 ‘전한길 우산’을 쓴 채 ‘이재명 사형’, ‘윤 어게인(Again)’ 등 극단적인 구호와 욕설을 내뱉는 이들을 현장에서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부터 11년째 시위에 참여해왔다는 전모(71)씨는 “이재명이 선관위와 짜고 (투표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유튜브에 있다”며 “만약 재선거를 안 하면 4·19 혁명처럼 학생들과 함께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위대가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위대가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청년들의 ‘참정권 침해 규탄 시위’가 갈수록 ‘극우 시위’로 변질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던 청년 중 일부가 생업을 위해 현장을 비운 틈을 극우 세력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서울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현장 인구 중 60대 이상 비중이 26.7%로 특정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밀집도를 나타냈다. 집회 주축이 중년·고령층으로 교체된 것이다.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마녀사냥’도 잇따랐다. ‘부정선거’ 구호나 성조기에 대한 ‘자제령’을 주장했던 청년들을 이른바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프락치’(첩자)로 몰아세우는 식이다. 시위 초기부터 참여했던 청년 중 일부는 결국 개표소 앞을 쫓기듯 떠났다. 

 

3일간 현장을 지켜본 개혁신당 이호엽 서울시당 대변인은 “중도 시민들을 포섭하기 위한 시위에서 점점 윤 어게인 중심 시위로 바뀌고 있다”며 “구호도 기존 ‘재선거’에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까지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장인 안지환(28)씨는 “저랑 같이 금요일부터 집회에 있던 사람 중 여러 명이 대진연으로 몰렸다”며 “수백명이 온라인에서 저희를 공격했다. 얼굴 박제되고 집단 린치를 당한 충격으로 정신과를 알아본 친구도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안씨는 “우리는 합리적 시위를 하자고 ‘제안’했는데 그들은 미성년자 양말을 벗기고 시민들 가방을 수색하는 등 권한 없는 ‘제한’을 했다”고 비판했다.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피해는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일주일째 시위대에 가로막혀 사무실 출입을 못 한 체육단체 직원들은 이날 업무 정상화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낭독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노골적 방해로 장소를 옮겨 기자회견을 이어가야만 했다.대치 국면이 장기화하자 현재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정위원회에 참석 중인 유승민 회장은 12일 오전 조기 귀국해 문제 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 교수는 “어느 시위에서나 ‘짠물화’는 늘 발생한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에서도 보면 처음엔 평화적이었으나 폭력으로 이어졌다”면서도 “지도부가 없다 보니 시민 간 긴장이나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운동의 방향이나 철학이 다르다면 단호히 분리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