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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방장관 사임… “스타머 총리가 안보 위태롭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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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 예산 증액 놓고 견해차… 끝내 파국
사퇴 압박 직면한 스타머에 또 다른 악재

영국에서 현직 국방부 장관이 총리를 맹비난하며 전격 사임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로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키어 스타머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곤궁해졌다. 벌써부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총리가 되었다’는 빈정거림이 나돈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이날 스타머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유럽 안보를 위협하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향후 10년간 방위비를 꾸준히 증액하는 내용의 ‘국방 투자 계획’(DIP) 확정 및 발표가 차일피일 지연되자 돌연 스타머 총리의 우유부단 탓으로 돌린 것이다.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이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로 향하고 있다. 힐리는 1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EPA연합뉴스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이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로 향하고 있다. 힐리는 1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EPA연합뉴스

힐리 전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사직서를 통해 “당신(총리)은 위협이 증가하는 이 시기에 국가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지 않았고 재무부 또한 주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 군대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DIP 합의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며 “이제 사퇴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물론 스페인처럼 이 합의 이행을 거부한 나토 회원국도 있다. 스타머 총리의 영국 정부는 국방 예산 증액을 약속하긴 했으나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힐리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스타머 총리는 “나는 항상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오는 7월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DIP를 발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존 힐리 국방부 장관. 두 사람은 국방 예산 증액을 놓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존 힐리 국방부 장관. 두 사람은 국방 예산 증액을 놓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집권당인 노동당 안팎에선 내각이 불협화음을 드러낸 것도 문제이지만 그 시기가 무척 미묘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꼭 1주일 뒤인 오는 18일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노동당 소속의 앤디 버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하원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스타머 총리 뒤를 이을 차기 총리 ‘0순위’로 꼽히는 버넘 시장의 중앙 정치 무대 복귀는 곧 그와 스타머 총리 간의 노동당 당권 경쟁 본격화를 의미한다.

 

스타머 총리는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사망) 사건의 ‘유탄’을 맞아 비틀거리는 중이다. 스타머 총리가 주미 영국 대사로 임명한 피터 맨덜슨 전 상원의원이 엡스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맨덜슨은 2025년 9월 전격 경질됐으나 이후 ‘스타머 총리가 맨덜슨과 엡스타인의 친분을 알면서도 대사 임명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여당인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스타머 총리가 ‘인사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 스타머 내각의 일원이던 웨스 스트리팅 보건부 장관이 직을 내던지고 새 총리 선출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이날 물러난 힐리 전 장관은 스트리팅 전 장관처럼 당권에 도전할 의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학자인 패트릭 다이아몬드 런던 퀸메리 대학교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머는 이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레임덕 총리가 되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