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 “경기 안 뛴 선수들에게 제일 고마워요”
2022 카타르에서 막내였고, 지금도 막내급이지만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어서일까. ‘골든보이’ 이강인(25·파리 생제르맹)이 한층 더 성숙해진 면모를 드러냈다. 마인드만 성숙된 게 아니었다. 중원에서의 탈압박 능력과 패스 능력은 그가 왜 한국 공격 2선의 중심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강인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체코와의 맞대결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황인범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공격 2선에서 창의성을 책임진 이강인의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2-1로 승리하며 2010 남아공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이날 이강인의 존재감은 두드러졌다. 2선과 3선을 오가면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유의 탈압박 능력으로 거친 체코 수비진의 견제를 따돌렸고, 짧은 패스는 물론 경기가 안 풀리는 국면에서는 시원한 롱 패스로 공격 방향을 전환시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시종일관 체코를 압도하던 한국은 후반 14분 롱 스로인에 이은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의 헤더에 일격을 당하며 0-1로 끌려갔다.
패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후반 22분, 이강인은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침투하던 황인범(페예노르트)를 향해 기가 막힌 공간 패스를 연결해줬다. 이를 받은 황인범은 환상적인 접기 동작으로 상대 골키퍼를 제친 뒤 센스있는 칩샷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황인범의 득점으로 이강인은 2022 카타르에 이어 2개 대회 연속으로 어시스트를 달성해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강인은 “첫 경기가 너무 중요했는데, 이길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라면서 “월드컵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오갔고,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그런 선수들과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4년 전 카타르에서 이강인은 확고부동한 주전의 위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북중미에서는 대체불가 자원으로 거듭났다. 입지가 달라졌으니 임하는 각오도 달라졌을까. 이강은은 “그런 건 특별히 없다. 항상 팀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 입지가 어떻든 제일 중요한 건 팀이다. 항상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일정 때문에 사전 캠프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그럼에도 “솔트레이크시티에 먼저 와서 훈련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라면서 “오늘 경기는 이제 지났다. 다음 멕시코전은 더 어려운 경기가 될 게 분명하니 잘 준비해서 꼭 이기겠다”라고 말했다.
상대 수비수에게 강하게 발을 밟혀 다소간 그라운드에 쓰러지기도 했던 이강인은 “아직 아프긴 한데, 잘 회복해서 다음 경기에 지장없도록 최대한 좋은 상태로 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이강인은 로빙 패스로 상대 수비 뒷공간 공략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약속된 플레이였느냐는 질문에 “코칭스태프의 분석을 토대로 우리가 플레이하는 것”이라면서 “제가 그렇게 패스할 수 있었던 건 (황)인범이 형의 좋은 움직임 덕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안 뛴 동료들에게 제일 고맙다. 그 선수들이 언급되진 않지만, 뒤에서 응원해주고 훈련할 때 같이 서포트해준다. 그게 제일 큰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