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운을 쫓고 행운을 부르는 ‘행운 굿즈’가 상점과 집을 가리지 않고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Z세대를 중심으로 행운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과거 미신으로 치부되던 요소들이 현대적 감각을 입은 ‘운테리어(운+인테리어)’로 부상하는 추세다.
◆ 흉측했던 명태의 반전…감성 입은 ‘운테리어’로 부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행운 소품의 적절한 배치 장소를 공유하거나 이를 구매하고 집을 꾸미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집이나 가게 입구의 ‘액막이 명태’, 수납장 위에 있는 ‘달항아리’와 ‘소금단지’ 등의 소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풍수지리를 고려해 공간을 꾸미는 운테리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저렴한 다이소 제품을 활용해 소품을 만들었다는 콘텐츠도 눈에 띈다. SNS 상에서는 “달항아리를 현관에 두면 복이 굴러 들어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액막이 명태 너무 귀엽다”, “더 좋은 기운을 팍팍 받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예로부터 이사나 개업 시 액막이로 사용돼 무섭고 다소 흉측했던 말린 명태는 이제 패브릭이나 나무 소재의 귀엽고 가벼운 제품으로 변신했다. ‘액막이’는 개인이나 가정에 닥치는 질병·고난·불행 등의 액운을 미리 막기 위해 행하는 민속의례를 뜻한다. 몸통을 감싼 명주실은 장수를 기원하며 복과 재물을 오래 묶어둔다는 의미를 가진다. 오늘날 현관에 거는 명태 모양 키링과 도어벨은 전통적인 의미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사례로 볼 수 있다.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보름달 모양의 달항아리도 마찬가지다. 항아리의 넉넉한 공간이 좋은 기운과 재물을 담아주는 ‘금고’ 역할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달항아리는 거실 중앙과 현관, 침실 등에 놓이는 소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물 항아리뿐 아니라 달항아리 그림의 액자를 거는 모습도 관찰된다.
◆ 불안한 시대, 스스로 운을 만드는 ‘럭키슈머’들
운테리어 확산의 배경에는 행운을 적극적으로 끌어오려는 ‘럭키맥싱(Lucky maxxing)’과 행운 아이템을 구매하며 위안을 얻는 ‘럭키슈머(Lucky+Consumer)’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행운’ 트렌드는 이제 스스로 운을 끌어당기고 만들어내려는 흐름으로 진화했다. 취업난, 고물가, 저성장 등 불확실한 현실이 이어지면서 Z세대는 인공지능(AI) 사주·타로·운세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행운을 상징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로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행운을 소비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흐름에, 감각적인 디자인 상품의 공급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운테리어 트렌드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0대에서 60대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행운의 아이템을 소지해 본 경험’에 10대(49.5%)와 20대(40.5%)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정 부적이나 물건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는 응답 비율 역시 10대가 47%, 20대가 40%로 나타나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5년 3월~2026년 2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액막이·행운·명태’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상품 판매 규모가 전년 대비 약 37% 증가했다. 한국조폐공사가 선보인 화폐 굿즈 ‘돈명태 마그넷’은 출시되자마자 품절되며 4차 판매까지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미신적 요소가 ‘힙한’ 인테리어 상품으로…‘일석이조’ 효과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의 미신적 요소가 현대적인 인테리어 소품으로 탈바꿈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부적을 갖고 다니는 역사가 굉장히 오래됐는데, 최근 이런 요소들이 힙하고 다양한 형태로 상품화되고 있다”며 “과거 보기 흉하고 벌레가 꼬이던 실제 명태 대신, 귀엽고 소비자 구미를 당기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공급되면서 액막이와 장식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미신이라기보다 인테리어 요소로 더 강하게 인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저에 깔린 소비자의 심리에도 주목했다. 이 교수는 “(행운 소비가) 자신과 가족이 ‘잘 돼야 한다’, ‘나쁜 일이 없어야 된다’는 간절함과 소망의 표현”이라며 “미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스스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심리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