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견제하려는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계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비당권파는 당청 관계의 원만함을 이유로 김민석 국무총리가 차기 대표에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면엔 차기 당대표가 23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정 대표의 연임만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서 “집권 여당이 된 지 벌써 1년이다. 아직도 야당인 줄 알면 되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이제 자리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윤석열이 그대로 있고 자신이 그 윤석열을 때려눕히던 정의로운 야당 투사인 줄 착각하며 소리높이는 자가 있다면, 그런 자가 집권 여당의 지도부로서 야당 위에 군림하며 소리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며 “국민이 어찌 볼 것인지”라고 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필요성을 헌법재판소에서 밝혔던 정 대표를 정조준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시에 이러한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유럽 순방 및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결과 브리핑 과정에서 여당은 “최대한 포용하고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최근 6·3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지겠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일 때 정무특보를 지낸 정진욱 의원은 당 지지율이 하락세인 점을 지적하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국민의 상식은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민주당, 책임지는 민주당”이라며 “잘 하지 않은 일을 아무 일 없다는 듯, 아니 아주 잘했다는 듯하면 국민은 좌절하고 실망한다”고 했다. 정 대표의 퇴진을 촉구한 것이다.
이 밖에도 김 총리를 차기 당권 주자로 밀고 있는 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도 6·3 지방선거에서 서울 탈환에 실패한 점 등을 들어 정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황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연임 도전을 하지 않겠다면서 정 대표도 뜻을 같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강 최고위원은 정 대표의 “정권은 짧다” 발언에 “당권은 짧다”고 맞불을 놓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과 달리 상당수 의원은 특정 당권 주자를 지지하기를 주저하는 기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작년 전당대회 때는 대다수 의원이 당대표로 박찬대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총선과 직결된 전당대회여서 의원들의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누가 당대표가 되든 함께 정치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26일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꾸리는 점을 고려하면 정 대표는 24일 전후로 대표직을 사퇴하고 차기 당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대표직 연임에 도전할 때와 비슷한 수순이다. 정 대표는 이날 전남 해남·장흥·순천·담양을 찾았고, 전날엔 전북 익산·전주·군산을 잇달아 방문했다고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민주당의 거점인 호남을 구석구석 찾으며 사실상 전당대회를 앞둔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