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병·의원은 ‘나 몰라라’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환자 떨어진다”며 거점병원 지정 손사래

마스크도 지급않고 감염 의사가 수술까지

비용타령 ‘눈속임 격리’ 급급… 안전 무방비
신종플루 사태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병·의원은 ‘나 몰라라’ 뒷짐만 져 비난을 사고 있다. 병원들은 거점병원 지정에 난색을 표하고, 의사 등 종사자들에게 특수마스크 등 기본적인 예방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지방 병원에서 신종플루 감염 의사가 수술까지 할 정도로 병원들의 대응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27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전재희 장관이 신종플루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445개 병원 원장과 가진 ‘신종플루 대유행 시 치료거점병원의 역할 및 향후 대처방안’ 간담회에 참석한 병원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0여곳뿐이었다. 일부 병원장은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 환자가 떨어진다”며 거점병원 지정 철회를 요구해 정부 관계자들은 곤혹스럽게 했다.

각 병원은 거점병원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길 꺼리기까지 한다. 서울 용산구 A내과 원장은 “우리와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했다”며 “거점병원으로 지정되고 나서 입원한 환자마저 퇴원하겠다고 해 손실이 엄청나다”고 토로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의료법에 병원은 비영리 법인으로 규정돼 있다”며 “의료계 종사자들이 영리 추구가 아닌 공익 측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의 안이한 대처에 의료종사자가 신종플루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병원이 의사 및 간호사에게 특수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아 일반 마스크로 ‘땜질 예방’을 하고 있다.

신종플루뿐만 아니라 각종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데 필요한 음압시설(외부와 공기를 완전 차단하는 시설)은 종합병원급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이 시설을 갖춘 병원은 전국적으로 10곳 이내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경북의 C병원처럼 커튼을 쳐서 ‘시각적 격리’만 하고 있다. 경기 D병원 관계자는 “격리하려면 최소한 한 층 전체를 완전 차단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해 주지 않는 한 그런 시설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전북대병원에서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전공의가 수술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병원 레지던트 3년차 E(29)씨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지난 17∼19일 매일 수술에 참여하고 환자 회진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같은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비해 공공병원을 증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 가운데 공공병원은 100곳 미만으로 전체의 8%에 그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