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6일 만에 또… 속타는 방역당국

신종플루 4번째 사망자 발생
전달 하루 93.4명 환자 발생… ‘대유행’ 기준치 넘어
대한의사협회 “사태 심각…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중앙인플루엔자 대책본부를 확대·개편해 재난관리법에 따른 재난관리본부에 버금가는 조직으로 확대·운영한 지 5일 만에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당혹감도 커지고 있다.

2일 사망한 인천 거주 47세 여성은 지금까지 신종플루 감염 사망자 가운데 가장 젊다. 사망 원인도 이전에 사망한 3명과 달리 폐렴 등 급성 호흡기질환 징후도 없었다.

병원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증과 고혈압, 당뇨를 앓던 이 여성은 지난 2월부터 병원을 오가며 투석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는 지난달 26일 열이 나고 소변을 보기 어려워 입원했고, 나흘 만인 29일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이후 혈압이 떨어지고 상태가 나빠지면서 9월1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2일 오전 숨졌다.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 여성은 신장 등의 기능이 정지돼 쇼크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15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망한 56세 남성은 태국 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발열 증상으로 지역 보건소를 찾았고, 병원 3곳을 전전하다 폐렴과 패혈증세로 숨졌다. 하루 뒤인 16일 숨진 63세 여성은 지난 7월22일 동네 슈퍼를 다녀온 뒤 기침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지 17일 만에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천식으로 10년간 약을 복용하던 67세 남성이 호흡곤란으로 입원 이틀 만에 숨졌다. 특히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급증함에 따라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신종플루 하루 발생 건수는 5월 1.3명에서 6월 5.9명, 7월 39.6명, 8월 93.4명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또 외국에서 ‘대유행’ 근거가 되고 있는 인플루엔자 유사증상자 분율(1주일간 외래 내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은 8월 말에 이미 2.6명을 넘어 2.67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재난단계를 현재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리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좌훈정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우려하던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며 “10∼11월이 중요한 만큼 정부는 민간 병원에 환자들을 맡기지 말고 지역거점센터를 만들어 국가가 직접 환자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