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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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세종시 의총’ 날선 공방

친이 “세종시는 노무현 정권의 정략적 산물”
친박 “수정안은 국민 기만·박근혜죽이기 의도”
일부 의원들 ‘6인 중진모임’ ‘수도 이전 개헌’ 등 중재안 제시 눈길
한나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세종시 해법을 위한 당 차원의 첫 공식 토론회를 열었다. 소속 의원 14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으로 당론을 바꾸려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원안을 사수하려는 친박(친박근혜)계는 격돌했다. 이날 의총에는 40명이 발언을 신청해 23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불참했다.

◇세종시 문제 논의를 위해 22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왼쪽)과 친박계 김태환 의원이 나란히 앉아 생각에 잠긴 모습이다. 김 의원의 부르튼 입술이 작금 그의 고민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범석 기자
◆친이계
=행정부처 이전은 수도 분할로 국가적 비효율성을 야기하며 세종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략적 산물’임을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입장이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을 곁들이며 수정안으로 당론 변경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친이계 주류 측은 이날 오전 ‘함께 내일로’ 운영위 회의를 갖고 당내 ‘120표’를 확보해 세종시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주요 발언 내용.

김영우 의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진리지만 그 약속이 어떤 과정으로 성립됐는지가 중요하다. 세종시 최초 약속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재미 봤다’고 할 만큼 정치적 계산에서 출발했다.”

차명진 의원 “원안이 수도권 과밀 해소 대안이라고 하는데 행정부처 이전은 그 대안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도 ‘(대표 시절) 수도 이전 찬성은 잘못이다’라고 기자회견을 했었고, 한번 정한 당론도 바뀐 경험이 있다.”

백성운 의원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투자할 시설을 세종시에 유치해야지, 왜 멀쩡한 부처를 120㎞ 밖에 보내려고 하나.”

진수희 의원 “세종시 수정안으로 당론이 채택돼도 박근혜 전 대표의 신뢰와 약속의 가치는 국민들한테 각인될 것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권력게임으로 접근하지 말고, 행정부가 수도 분할 시 치러야 할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자.”

정태근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이전 문제는 죄라고 생각한다. 지역주의에 근거한 포퓰리즘적 공약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권택기 의원 “대통령이 사과하고 진정성 인정했다면 세종시 수정 검토하고 토론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 정권 재창출 가져올 수 없다.”

◆친박계=세종시가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특단 대책이며 수정안은 ‘국민 기만’이라고 반박했다. 또 여권 주류의 무리한 수정안 강행은 “박근혜 죽이기 의도도 있다”고 보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수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주요 발언 내용.

한선교 의원 “국회 통과도 안 되는 걸 알면서 왜 수정안을 밀어붙이나. 박근혜 죽여서 좋을 게 뭐 있나. 원안으로 명품도시 만들자.”

유재중 의원 “부처 이전은 수도 분할이 아니다. 수도권은 기득권을 버리고 다른 것으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유정복 의원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 짓자고 제안했을 뿐이고, 여야가 함께 못을 쳐가며 세종시법을 만들었다. 그 집에 결정적 대못을 박은 것이 한나라당이다. 선거 때마다 ‘그 집을 짓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고, 특히 대선 때 ‘반드시 짓겠다’고 약속한 대못을 스스로 뽑아내겠다는 것은 국민 기만이요 자기부정이다.”

이종혁 의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는 수정안은 포기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분열되면 대통령도 당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정현 의원 “30년 후에는 수도권에 인구의 70% 이상이 집중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부처 이전이란)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여권 주류 주장처럼) ‘행정부처가 분할돼 나라 망했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이학재 의원 “코끼리를 바늘로 잡는 법에서 찔러서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 맞지 않다. 대통령께서 ‘경솔하게 수정안에 접근했는데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수정안 철회하는 게 필요하다.”

◆절충안=양 측의 공방 속에 몇몇 의원은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남경필·조전혁 의원 “원안 대 수정안으로 토론하는 것은 결론 안 난다. 두 안을 덮을 수 있는 프레임으로 바꿔야 한다. 10년 후면 수도권은 2810만명으로 전 인구의 57%가 살고, 결국에는 서울 하나만 남는 형국에 빠진다. 지금은 원안대로 가고 개헌할 때 수도이전 자체를 국민투표에 부치자. 다음 대선에서 후보들이 이 부분을 공약으로 걸고 국민들께 심판받자.”

이주영·김효재 의원 “친이와 친박, 중립계 중진 의원 2명씩 ‘6인 중진모임’을 열어 모든 가능성을 놓고 화합적인 단일안을 도출하자.”

정진석 의원 “세종시 방향은 차기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맡기고 그때까지 원안대로 인프라만 건설하자.”

김무성 의원 “원안과 수정안 모두 의미 있으니 ‘수정안+대법원 등 7개 독립기관 이전’ 절충안을 제안한다.”

의총 이후 박희태 전 대표 등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세종시 해법 도출을 위해 물밑 중재 역할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절충안을 마련해볼 테니 지원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은·신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