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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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친박계 갈등 결국 대폭발

친이 핵심 정두언 “철학 다르다고 좌장 파문하냐”
친박 핵심 이정현 “朴 前대표 모욕 허위사실 유포”
세종시 토론을 위한 한나라당의 의원총회 내내 부풀어 오르던 계파 갈등이 드디어 폭발했다. 의총 사흘째인 24일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인 정두언, 이정현 의원이 정면 충돌한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리인’격으로 평가받는 최측근 인사다.

◇정두언 의원                    ◇이정현 의원
정 의원이 먼저 작심한 듯 박 전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그는 “지난 얘기지만 지난해 미디어법 개정 과정을 복기해보겠다”며 “우리는 미디어법 개정을 당론으로 정했는데 ‘막강한’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수정안을 내놓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당론(세종시 원안)은 지켜야 하고 어느 당론(미디어법 당론)은 쉽게 바꿔도 되는지 그 기준을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입장에 ‘반기’를 들다 친박계에서 사실상 ‘아웃’된 김무성 의원과 과거 한나라당 총재 시절 정권을 두 차례 놓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사례까지 비유해 친박계 속을 ‘세게’ 긁었다. “같은 당 의원끼리 철학이 다르다고 파문당한다. (이 총재는) 제왕적 총재라고 불렸는데, 측근들은 그를 감싸고 들었다. 이런 상태로 설령 (박 전 대표가) 집권한다고 쳐도 그게 바람직한 세상이냐”고 쏘아붙인 것이다.

이에 발끈한 이 의원은 발언 기회 요청이 제지당하자 의총장을 뛰쳐나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정 의원이 너무 어처구니없는 거짓말로 동료 의원들 앞에서 박 전 대표를 모욕하고 허위사실을 국민 앞에 유포했다”며 “(여권 주류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워낙 대의명분이 없고 국민 약속을 안 지킨 데 대한 거짓말을 합리화하려니까 이런 식으로 인신비방밖에 안 한다”고 몰아붙였다. 양측의 또 다른 핵심 의원들도 뒤지지 않았다.

◇24일 사흘째 열린 한나라당 ‘세종시 의원총회’에서 한 당직자가 단상의 발언자에게 발언시간이 끝나감을 알리기 위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범석 기자
친이계 안경률 의원은 “지금 이 시대는 560만표의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정치적 정의’다. 이 대통령의 안과 다른 분(박 전 대표)의 안이 경합하면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이 대통령 안이 정의”라고 주장했다.

이에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세종시법을 만들어 25%나 진행된 사업을 의원들도 바뀌고 (사정이 달라졌다고) 이제 와서 바꾸자고 하면 되나. 그럼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 당시 (패인이 된) ‘여론조사 지지율 조사를 못 믿겠다. 다시 하자’고 하면 되냐”고 따졌다. 친박계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지난 4일 외에 1월 초에도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까지 지어내 ‘회동 거절’을 강조하는 배경에 대한 진실을 밝혀라”(유정복 의원)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세종시특별법 전부 개정안 등 세종시 수정 관련 5개 법률안의 국회 제출 시기를 1주일가량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5개 법률안을 25일 차관회의, 3월2일 국무회의 의결을 차례로 거쳐 3월 첫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으나 한나라당이 세종시 의원총회를 진행 중이어서 시간을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강은·신정훈 기자